더,마음
19년차 음악인이자 11년차 우울증 환자로 지낸 오지은(44). 자신이 우울증으로 가장 힘들었던 당시를 회상하며 얘기를 꺼냈습니다. 그는 가장 좋아하는 일을 떠올리면 ‘죽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우울증이라고 여기지 못했습니다. 그저 ‘내가 한심해서 그렇다’며 본인을 탓했죠. 게으르면 성실해지면 되고, 의지가 약하면 마음을 굳게 먹으면 되고, 한심함은 극복하면 된다고 여기며 본인을 갈아 넣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이상한 아침을 맞이합니다. “일어나야 하는데 이상하다.” 중얼거리며 멍하니 누워 7시간을 보낸 거죠. 손 하나 까딱할 수 없던 7시간을 보낸 후에야 생각했습니다. ‘아! 나 병원에 가야겠다’.

싱어송라이터 오지은은 ‘지은’ ‘3’ 등 개인 앨범뿐만 아니라 다른 뮤지션들과 협업한 앨범들 모두 음악적으로 호평받으며 대중에게 사랑받았습니다. 한때 ‘홍대 마녀’로 불리며, 인디 신을 대표하기도 했죠. 이런 성과를 이루기 위해 가열차게 달렸기 때문일까요. 완전히 탈진해 버린 자신을 마주한 그는 막막했습니다. 어떻게 자신을 고쳐야 할지 몰랐으니까요.
우울증 진단을 받은 후 11년. 여전히 그는 자신을 고치며 돌보고 있습니다. 다만 좀 더 노련해졌다고 해야 할까요. 그는 “우울증을 통해 나라는 사람을 잘 알게 됐다”고 말합니다. 죽고 싶다는 전구가 켜질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쓰레기’ 같이 느껴질 땐 어떻게 그 시간을 넘겨야 하는지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하게 된 거죠. 그리고 지금까지 우울증 환자로서 겪으며 터득한 모든 내용을 담아 반유화 정신과 전문의와 함께『우울증 가이드』(위즈덤하우스)를 펴냈습니다.
오랜 기간 우울증과 함께 일상을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제는 음악이 하고 싶어지기 시작했다는 그에게 솔직한 조언을 들어봤습니다.
✅ 19년 차 음악인, 그리고 11년 차 우울증 환자
최근엔 음악보다 작가 활동에 더 전념하고 있어요. 이유가 있나요?
제가 우울증 진단을 받은 건 2013년 ‘3’이라는 3집 앨범을 내고 1년이 더 지난 뒤였어요. 서른을 막 넘긴 때였죠. 그때까지 낸 앨범이 총 4개였는데, 정말 열심히 했지만 그만큼 무리했던 거 같아요. 진짜 치열하게 살았거든요.
인디 여성 뮤지션이라는 이유로 ‘얼마나 잘하나 보자’며 팔짱 끼고 안 좋게 보는 분들 많았어요. 당시엔 그런 시선이 크게 느껴졌죠. 그래서 증명하려고 안간힘을 썼던 거 같아요. 물론 그 덕에 음악적으로 성숙해지기는 했지만, 저라는 인간이 갈려 나가기도 했죠. 악플도 많이 받았어요. ‘노래 부를 때 얼굴이 추녀 같다’거나 ‘음악이 별로’라든가. 3집을 낸 뒤 문득 다음 앨범에 대해 생각하는데 반사적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렇게 켜진 전구가 오래 지속됐어요. 그래서 언어의 세계로 도피한 거예요.

3집 이후 에세이도 여러 권 내셨죠.
글 쓰는 것을 좋아해『익숙한 새벽 세시』(이봄)라는 에세이집을 썼는데, 그때도 열심히 하는 버릇 못 고치고 몸을 혹사하며 썼죠. 글이 안 써지면 인터넷 안 되는 곳으로 가 써질 때까지 처박혀 있기도 했으니까요. 저를 끌어올리려고 한 행동이었지만, 결과적으론 마음이 더 소진돼 버렸어요.
번아웃이 온 거군요?
맞아요. 완전히 탈진해 버린 거예요. 어느 날 노트북을 펴고 글을 쓰려는데, 몸이 안 움직여졌어요. 그렇게 7시간 동안 노트북을 쳐다보며 ‘노트북 펴야 하는데’ 생각만 한 거예요. 전원 켜는 게 어려운 일 아니잖아요. 그 간단한 걸 하는데 7시간이 넘게 걸리다니, 이거 뭔가 이상하다 싶었죠.
전에도 이런 증상이 있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