憂在蕭牆之內(우재소장지내)

2025-08-27

『논어』 제16 ‘계씨’ 편의 제1장은 문장이 꽤나 길다. 공자가 제자 계로와 염유와 더불어 노나라의 권신인 계씨(季氏)가 전유(顓臾)라는 작은 나라를 정벌하려 하는 일에 대해 문답한 내용이다. 공자는 계로와 염유가 계씨를 바르게 돕지 못함으로써 창과 방패 즉 무기를 나라 안에서 사용할 상황이 되게 했음을 지적하면서, “계씨의 근심은 전유(顓臾)에 있는 게 아니라, 병풍 안에 바른 도움을 주는 인물이 없는 데에 있다”고 말했다. 계로와 염유를 은근히 크게 꾸짖은 것이다. 여기서 “근심은 병풍 안 즉 가장 가까운 곳, 가까운 사람에게 있다”라는 뜻의 ‘우재소장지내(憂在蕭牆之內)’라는 6자 성어가 생겼다.

조고각하(照顧脚下)라는 말이 있다. “네 발밑을 살피라”는 뜻이다. 중국 송나라 승려 오조법연(五祖法演·1024~1104)의 가르침이 담긴 말이다. 자신의 발아래에 있는 일이나 사람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곧바로 “근심이 병풍 안에” 있게 된다는 뜻이다. 눈만 높아져서 제 발아래를 살피지 못하면 자작총명(自作聰明·스스로를 총명하다 여김)의 덫에 걸려 넘어지고 만다. 따지고 보면, 모든 외환은 내환에서 싹튼다. 병풍 안에 환난이 없도록 늘 발밑을 살피면 외환은 저절로 사라지리라.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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