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 통돼지 맛 놀라웠다…‘홍콩 마동석’ 2시간 묘기

2024-10-23

홍콩백끼

이탈리아 서부 사르데냐 섬에 내려오는 전통 음식에 ‘카수 마르주(Casu Martzu)’라는 치즈가 있다. 삭힌 치즈인데, 치즈 속에서 꿈틀거리는 구더기까지 함께 먹는다. 태국‧캄보디아 같은 동남아에는 매미를 통째로 튀긴 요리가 노점 좌판에 수북하다. 촘촘히 주름진 배와 가늘고 긴 다리 6개…, 찬찬히 뜯어볼수록 입에 넣을 엄두가 안 난다. 노르웨이 남서부 보스(Voss) 지방에서는 양 머리를 반토막 내 삶은 ‘스말라호베(Smalahove)’를 크리스마스 특식으로 즐긴다. 또 중국에는…, 더 있지만, 이쯤에서 참는다.

세상은 넓고 음식은 별별 게 다 있다. ‘괴식’ ‘엽기’ ‘이색’ 같은 단어로 쉽게 정리할 수도 있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괴이한 식품에도 역사와 의미가 담겼다. 배고팠던 시절이 낳은 추억의 음식도 있고, 미신과 결합해 보양식으로 발전한 음식도 있다. 음식에 대한 취향과 자세는 사회 환경에 좌우되게 마련이어서 똑같은 음식도 이 나라에서는 ‘혐오’로 치부되고 저 나라에서는 ‘미식’의 지위를 얻어 비싼 값에 소비된다.

지난주 홍콩백끼에서 다룬 취두부와 오리 머리(홍콩백끼④ ‘길거리 음식’ 다시 보기)는 사실 오늘의 예고편이었다. 오늘 ‘홍콩백끼’는 지난주보다 등급이 두어 단계 높다. 이를테면 대가리까지 꼼꼼히 양념을 발라 통으로 튀긴 비둘기, 생후 두 달 된 돼지를 통으로 굽는 새끼돼지 통구이, 여기에 뱀탕과 뱀술까지. 거북 젤리는 또 어떤가. 이름만 보고는 도저히 맛이나 형태가 감이 잡히지 않을 테다. 그 귀하다는 제비집도 홍콩에서는 어렵지 않게 맛볼 수 있었다. 홍콩백끼 5회의 주제는 홍콩의 별의별 먹거리다. 엽기 리스트에 올릴지, 진미 리스트에 올릴지는 여러분의 판단에 맡긴다.

닭 대신 비둘기? 오히려 더 맛있다 - 비둘기 통구이

홍콩에서 난생처음 비둘기를 먹어봤다. 요약하자면, 너무 친숙해 더 낯선 음식이었다. 한국의 비둘기는 길바닥에서 모이 쪼며 노닐었는데, 홍콩 비둘기는 속살 드러낸 채 밥상 위에 누워 있었다.

프랑스‧튀르키예‧이집트 등 비둘기를 먹는 나라는 의외로 많다. 홍콩에서도 즐겨 먹는다. 비둘기 요리로 정평이 난 식당 중에 홍콩에서 가장 오래된 양식 레스토랑 ‘타이핑쿤(太平館)’이 있다. 1860년 광저우에서 시작해 1937년 홍콩으로 건너온 역사적인 장소다. 1939년 중국 주간지 ‘현세보’가 ‘명인의 식사’라는 글에서 장제스(蔣介石·1887~1975)가 사랑한 음식으로 타이핑쿤의 비둘기 요리 ‘홍씨우위깝(紅燒乳鴿)’을 꼽기도 했다.

홍씨우위깝은 지금도 타이핑쿤의 시그니처 메뉴로 통한다. 닭 껍질과 돼지 뼈, 파슬리‧양파 등을 넣고 5시간 달여 만든 특제 간장 소스를 비둘기에 정성껏 바른 뒤 기름에 빠르게 튀긴 음식이다. 타이핑쿤의 5대 사장 앤드루 추이는 “100년 넘게 같은 레시피를 고수한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연한 육질을 얻기 위해 생후 19~20일의 어린 비둘기만 고집하는 것도 오랜 전통이다. 물론 길바닥 비둘기가 아니라 식용 비둘기다. 홍씨우위깝은 한 마리에 185홍콩달러(HKD)를 받는다. 우리 돈으로 3만1000원 정도다.

비둘기 요리를 처음 받아 들면 난감한 기분이 든다. 대가리까지 통으로 테이블에 오르기 때문이다. 굳이, 왜, 이렇게 흉측스럽게. 홍콩 사람의 생각은 다르다. 그만큼 좋은 식재료를 썼다는 의미고, 대가리까지 통째로 조리해야 육즙과 풍미가 살아있다고 믿는다.

한때 한국에서 ‘길거리 인기 간식 닭꼬치의 주재료는 비둘기다’라는 소문이 퍼진 적이 있었다. 홍콩에서 비둘기를 먹어보고 새빨간 거짓말이란 걸 알았다. 우리가 비둘기를 먹어본 적이 없어 저런 얄팍한 괴담에 속았었구나. 훨씬 기름지고, 탄력 있고, 야들야들하고. 뭐야, 닭보다 낫잖아.

완벽한 겉바속촉 - 젖먹이 돼지 통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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