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회사 불공정 대처법?… 2030 “이직 준비” 4050 “계속 노력”

2025-03-18

공공기관 종사자 세대별 인식 조사

부당한 보상 과정 대응법 질문에

Z세대 39% “업무에 노력 줄일 것”

기성세대 31% “더 열심히” 인식차

세대 높아질수록 일 의미 중요시

“불공정한 상황이 쌓이면 일에 투입하는 에너지를 점점 줄일 것 같아요. 승진도 보상도, 열심히 하나 안 하나 어차피 비슷하니까요.”

경제 부처 사무관 A(32)씨는 18일 ‘입직 뒤 불공정한 일을 겪은 적 있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A씨는 “아직까진 없다”면서도 “노력에 따르는 보상은 거의 없다”고 했다. 동시에 공직사회에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의 이직이 늘어나는 현상에 크게 공감한다고 부연했다.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불공정한 상황에 대응하는 방법은 세대별로 극명히 다르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기성세대(1980년대 이전 출생)는 이의를 제기한다는 응답이 높았으나, 연령이 낮을수록 노력을 줄이고 이직을 준비한다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한국고용노동교육원의 최근 연구보고서 ‘공공기관 MZ세대의 공정성 인식과 조직문화 연구’를 보면 ‘보상 과정 및 결과의 불공정성을 느낄 때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Z세대(1990년대 출생)는 ‘업무에 들이는 노력을 줄인다’(39%)를 가장 많이 택했다. 2순위는 ‘타 조직 또는 타 부서로 이직을 준비한다’(30%)였고, ‘불편함이 예상되더라도 부당함을 이야기한다’, ‘조직의 성공을 위해 여전히 열심히 노력한다’는 각각 18%, 12%에 그쳤다.

경제부처 사무관 B(34)씨는 ‘이직 준비’를 대응책으로 꼽는 비율이 높다는 데 공감하며 “특별히 불공정한 일을 당하지 않더라도 조직 내 선배들을 보면서 미래를 진단하고 ‘아니다’ 싶으면 빠르게 결론을 내리는 것 같다”고 했다.

반면 기성세대가 가장 많이 택한 응답은 1순위가 ‘조직의 성공을 위해 여전히 열심히 노력한다’(31%), 2순위가 ‘불편함이 예상되더라도 부당함을 이야기한다’(30%)였다. 연구진은 “이의를 제기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직급이 높아질수록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 외에 ‘업무에 들이는 노력을 줄인다’(28%), ‘타 조직 또는 타 부서로 이직을 준비한다’(9%)로 집계됐다.

일의 의미와 노조활동의 몰입도도 세대별로 갈렸다.

‘일의 긍정적 의미’를 검증(5점 만점)한 결과 기성세대(3.68), M세대(3.52), Z세대(3.30) 순으로 세대가 높아질수록 높게 인식했다. ‘노조 충성심’ 등으로 구성된 노조활동 몰입도도 기성세대(3.64), M세대(3.61), Z세대(3.54) 순이었다.

A씨는 “실질적으로 젊은 공무원들이 노조 혜택을 받는 건 거의 없는 것 같다”며 “노조 집행부가 대부분 연령이 높아서인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세대들이 노조에 관심이 없다는 점은 매우 공감하고, 갈수록 그런 경향이 심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이번 조사로 “MZ세대에 관한 사회적 통념이 실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짚었다. 다만 ‘조직에 충성심이 없다’, ‘헝그리 정신이 없다’는 식의 비판은 MZ세대가 ‘원래 그래서’라기 보다 조직 또는 관리자가 공정하게 보상받는다는 믿음을 주지 못한 결과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MZ세대는 ‘받은 만큼 준다’는 신념이 있는 세대라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공공 부문 조직은 위계적이고, 연공서열이 중시돼 MZ세대가 선호하는 방식과 반대 구조”라며 “세대 간 몰이해를 줄이고, 일을 통해 성장하고 보람을 느끼도록 주도성과 유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조직이 공정한 인사관리로 ‘열심히 일하고 높은 성과를 내는 직원이 합당한 보상을 받는다’는 믿음을 심어주면, 기성세대가 원하는 조직을 향한 헌신, 업무 열의가 살아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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