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권의 에듀포인트]〈43〉공대 교수님의 하소연

2025-03-17

3월이다. 어느새 쌀쌀했던 날씨도, 옷차림을 다소 가볍게 만들정도로 포근해졌다. 대학 캠퍼스에서는 신학기를 맞아 많은 학생들이 대학 로고가 새긴 '과잠'을 입고,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다닌다. 캠퍼스가 마냥 신난 신입생들, 오랜만에 만나 지난 겨울을 이야기하는 재학생들 모두 밝은 표정이다.

이처럼 밝은 캠퍼스 분위기와 달리, 다른 상황이 하나 있다. 공학 교수님의 하소연이다. “학생들이 갈수록 수업 능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도대체 얼마나 기초부터 가르쳐야 하는건지. 이정도는 알겠지 하고 넘어가면, 상당수가 멍하니 앞만 바라보네요.” 이런 이야기를 여러 교수님이 푸념처럼 한다.

특정 대학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최상위 대학의 공대 교수님도 포함돼 있다. 왜 학생들이 공대 수업을 따라오기 어려울 정도로 역량이 부족하다고 평가되고 있을까.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이 공대의 주요 학습 영역이 됨에 따라, 이산수학과 선형대수 등이 필수 핵심과목이 됐다.

컴퓨터, 정보공학 계열 이수를 위해 이산수학과 선형대수 이수는 필수다. 학생들은 이를 공부하기 위해 행렬과 벡터에 대한 기초 지식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현 공교육에서는 관련 교육이 축소된 상태다. 수학과목 선택제 이후 학생 선택권을 위해 과목을 잘게 쪼개 놓았기 때문이다. 행렬은 선택영역에 포함되지 않고, 벡터는 기하에서 일부 포함돼 있지만, 선택하는 학생은 극소수다. 공대 수포자가 생기는 이유다.

공대 수포자가 생기는 이유는 이거 외에 또 있다. 단순히 수학적 지식 외 과학적 사고력이 부족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우리나라 대학수학능력평가(수능) 시험은 난도를 높이기 위해, 지나치게 문제를 어렵게 꼬아 출제한다. 수능뿐 아니라 주요 모의평가시험도 그러하다.

즉, 수학이든, 과학이든 개념을 이해하고, 생각해서 문제를 풀기보다 문제 유형을 분석해 답을 찾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많은 학생들 특히 재수 이상의 N수생들은 다양한 문제를 반복해 푸는 훈련을 한다. 실제 재수종합반 학원에서는, 학생들이 시간적으로 도저히 풀지 못할 정도의 어마 어마한 양의 콘텐츠(문제집)를 강제 구매하게 하고, 이를 풀도록 하게 한다.

매일 문제 푸는 훈련만 반복하는 것이다. 이렇게 공부한 학생들의 수능 성적이 높게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최상위권 대학의 입학생을 보면 이미 상당수가 재수생을 포함한 N수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의 반복 훈련을 통한 문제 푸는 노하우를 '현역'인 고3이 따라가기는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최상위권 대학에 당당히 높은 성적으로 입학한 학생도 문제 유형을 분석하고, 꼬아 놓은 문제를 푸는 능력은 높지만,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고력은 높지 않다. 단순히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개념과 원리 기반으로 복잡한 기술 문제를 해결하고, 연구하는 공학 공부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다.

물론, 수능이 이처럼 문제 해석조차 어렵게, 난도를 높이는 이유는 그만큼 최상위 학생들을 선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에 비해 대학 입시 공부를 하는 학생들 노력의 양이 엄청나게 많아졌고, 경쟁도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당국은 부득이하게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복잡하게 꼬아 놓은 초고난도 문제를 낸다. 학생들은 이 문제에서 나의 대학 진학이 결정되기 때문에, 보다 더 많은 유사 문제를 풀어 문제 유형을 보다 쉽게 분석해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어떻게 하면, 공대 교수님들이 “드디어 다수의 학생들이 공학공부를 쉽게 따라오는 수준이 됐군.”이라고 말하게 할 수 있을까. 수능이 문제 유형을 분석해 답을 찾는 형태보다, 개념과 원리를 생각해 답을 찾는 형태로 변화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서술형 수능 등 다양한 대안이 제시된다. 지금부터라도 30년이 넘은 수능을 변화시키는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학생, 학부모, 고등학교, 대학, 교육당국이 모두 고민하고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마련되기 바란다.

신혜권 이티에듀 대표 hk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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