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어진 경기 부진 그림자에···지난해 분쟁조정 접수 첫 4000건 돌파

2025-03-23

피자 프랜차이즈 점주 A씨는 지난해 3월 대형마트에 입점해 영업을 시작했지만 문제가 생겼다. 피자가 계속 덜 익은 상태로 조리됐다. 알아보니 가맹본부가 제공한 표준 레시피에는 가스오븐으로 피자를 조리해야 하지만 가맹본부가 제공한 오븐은 전기오븐이었다.

A씨는 수일 영업 후 가맹계약 해지를 요구했으나 본부는 오히려 위약금 1700만원을 청구하려 했다. A씨는 결국 분쟁조정 절차를 밟았다. 조정 결과 위약금 없이 가맹계약을 해지하되 A씨도 자신이 지출한 변호사 비용 300만원을 본사에 청구하지 않는 조건으로 조정안이 성립됐다.

지난해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접수된 분쟁조정 건수가 2008년 이래 처음으로 4000건을 넘어섰다. 온라인플랫폼 확산으로 관련 분쟁이 증가하고, 경기 성장세가 둔화해 하도급 분쟁이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공정거래조정원이 23일 발표한 ‘2024년 분쟁조정 현황’을 보면, 지난해 분쟁조정 접수 건수는 4041건으로 1년 전(3481건)대비 16%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42% 증가한 수치다.

이는 공정거래·약관·하도급거래 분야에서 접수 건수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공정거래 분야(1372건)는 전년 대비 31% 증가했다. 이 중 온라인 플랫폼 분야 접수 건 수가 229건에서 333건으로 45% 증가했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입점 사업자에게 일방적으로 판매 계정 정지 조치를 하거나, 정산금 중 일부를 공제하고 지급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공정거래조정원은 설명했다.

약관 분야 분쟁도 457건으로 전년 대비 35%가량 늘었다. 온라인 광고대행 계약 및 렌탈 계약 등에서 계약 중도 해지 시 과도한 손해배상액을 물리는 약관에 대한 조정신청이 늘어난 영향이다. 하도급 거래 분야 분쟁도 1105건으로 전년 대비 약 6% 증가했다.

특히 건설 경기가 악화되면서 건설하도급 분쟁이 1년 전보다 8% 늘었다. 가맹사업거래 분야에서도 A씨 사례와 같은 중도 해지에 따른 과도한 위약금 청구 관련 분쟁이 지난해 143건 청구됐다.

분쟁조정 처리 건수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처리 건수는 3840건으로 전년 대비 22% 증가했다. 그 중 조정이 성립된 사건은 1450건, 이에 따른 피해구제액은 1210억6200만원이었다.

다만 단순 종결을 뺀 조정 성립률은 76%로 1년 전보다 3% 줄었다. 경기 부진 신호가 나타나면서 원사업자가 조정을 받아들인 경제적 여유가 줄어든 것으로 조정원은 분석했다.

최영근 공정거래조정원장은 “경기가 불황일 때는 분쟁 조정이 늘 수밖에 없다. 조정원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진 측면도 있는 것 같다”며 “사건 증가세에 비해 지난해 조정 담당 인력은 2명 늘어나는 데 그쳐 사건처리가 무작정 빠를 수는 없지만 성립률은 가급적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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