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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초등학생 피살사건 가해자인 교사 A씨(48)의 우울증 병력이 드러난 가운데 전문가들은 A씨의 범행 전후 행동이 우울증 악화에 따른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동시에 우울증을 이번 범행의 원인으로 여길 경우 우울증 환자들의 치료 기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덕인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13일 중앙일보에 “우울증 악화로 판단력이 흐려지고 감정 조절이 안 돼 충동적으로 자해나 자살로 이어지는 일은 있지만, 타인에 대한 공격성이 심해지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교수도 “우울증이 공격성을 증가시키는 일은 거의 없다”며 “우울증을 A씨 범행의 원인으로 보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고혈압 환자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고혈압을 범죄 원인으로 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덧붙였다.
우울증의 주요 증상은 의욕 저하와 우울감이다. 인구 15%는 평생 한 번 이상 우울증을 앓을 만큼 흔하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성인 중 남자 3.9%, 여자 6.1%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 한창수 고려대구로병원 교수는 “불안이나 분노 등의 감정이 내 안쪽으로 터졌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 우울증”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우울증에 대한 ‘낙인 효과’가 커지면 환자들이 치료를 기피할 것을 걱정한다. 실제 진료 현장에선 “사람들이 우울증 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 같다” “회사에서 내가 우울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까 봐 불안하다” 등 두려움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었다고 한다.
한창수 교수는 “우울증을 이유로 낙인 찍듯 배제해 버려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많은 연구에서 질환이 없는 사람과 비교해 중범죄율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범행을 저질렀으니 우울증이 원인’이라는 논리는 환자에 대한 반감과 차별을 심화시키는 등 부정적 낙인 효과로 이어지고, 치료를 저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범행 전후 A씨의 행동을 뜯어보면 우울증이 악화한 환자의 증상과는 거리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백종우(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책연구소장) 경희대 의대 교수는 “27년간 1만 명이 넘는 환자를 진료했는데 이런 식의 살인 사례는 없었다”며 “누구를 살해하려고 계획적으로 움직이는 건 우울증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A씨는 계획적으로 범행도구를 미리 준비하고, 침착하게 대상을 물색하고, 아이 찾는 할머니에게 태연하게 모른다고 대답하며 은폐를 시도했다”며 계획적인 ‘이상동기범죄(묻지마 범죄)’에 무게를 실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가해자 A씨가 ‘왜 나만 불행하냐’ 등의 발언을 했는데 묻지마 범죄를 저지른 이들의 전형적인 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런 유형의 범죄자들은 세상을 향한 분풀이 대상을 찾으며 피해자가 누가 되든 상관없다는 식이다”며 “그러면서도 방어 능력이 떨어지는 피해자를 고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