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우울증만으로 잔혹 범죄 설명 안 돼” 한목소리
계획 범죄 변명·가정 내 불화 등 다른 요인도 찾아봐야
대전 한 초등학교에서 김하늘양(8)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40대 교사 A씨가 오랜 기간 우울증을 겪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범행 배경으로 ‘우울증’이 많이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범죄심리 등을 연구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가해 교사의 우울증 병력만으로는 범행 이유나 동기를 명확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나온다.
유재두 목원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13일 김양 사망 사건에 대해 “가해자의 우울증으로 범죄가 발생했다고 단순화하기 어려우며, 개인적·사회적 환경에 대한 불만이 자기 통제력을 넘어서면서 범행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우울증은 범위가 크고 발현도 다양하다”며 “우울증이 자기 통제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는 있지만 그 자체로 잔혹한 범죄가 설명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 결과를 더 지켜봐야겠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잔혹한 수법을 보면 가해자가 (살인이라는) 목적에 매몰돼 자기 통제 불능 상태가 되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본인이 우울증이 있다고 진술한 것은 범행 후 심리적 안정을 되찾아가는 과정에서 잘못을 인식하고 빠져나갈 수 있는 얘기를 꺼낸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지난 12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이번 사건은) 명백한 계획범죄인데 일단 본인은 우발범죄라고 주장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단순히 이것을 우울증 하나로 몰고 가기에는 너무나 무리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오 교수는 “해당 교사가 처해 있는 여러 상황적인 요인까지도 포함해야 될 것 같다”며 “(A씨 같은 경우) 문제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찾기 때문에 그러한 동인에 의해서 극단적인 행동을 한 것은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우울증이 어느 정도 영향 요인은 될 수 있지만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병이 아니라 개인의 성격과 판단”이라며 “(해당 교사에게는)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공격성과 폭력성이 있고 그것이 대단히 강한데 그런 부분들이 결국 범행으로 이끈 상당히 직접적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좀 더 수사를 해서 밝혀내야 되겠지만 저변에 깔려 있는, 가정 내 불화 등 자기 처지를 비관하고 남을 공격하고 세상을 비관하고 다른 사람들을 적대시하게 만든 어떤 영향 요인들이 또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우울증이 범행에 이르기까지 A씨의 심리 상태에 일정한 영향을 미쳤을 수는 있겠지만 우울증을 직접적인 범행 이유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정신의학과 전문의도 우울증은 일반적으로 자해 가능성이 높게 나타나고 타해 위험성은 낮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A씨의 범행 경위와 동기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둔 경찰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전 서구 모 초등학교에 재직 중인 A씨는 지난 10일 오후 학교 내 시청각실 창고에서 김양을 수차례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A씨가 우울증을 이유로 휴직했다 조기 복직했고, 경찰에도 “2018년부터 우울증을 앓았고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A씨의 정신질환이 범행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A씨는 1999년 교사로 임용된 뒤 6개 학교에서 근무하는 동안 징계나 형사범죄 이력 등 특이 사항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