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박물관에 9억 명 몰려... MZ들 '이것' 하러간다?

2024-09-24

최근 중국에서 박물관이 새로운 관광 명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추절 연휴 기간 중국의 주요 박물관들은 연일 매진을 기록했다. 대부분의 박물관은 관람객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관람 인원을 확대하고 관람 시간을 연장해 운영했다. 일부 박물관에서는 기존에 계획된 휴관 일정을 취소하고 주 7일 운영을 시작했을 정도다.

중국 국가문물국(國家文物局)에 따르면 올해 1~8월까지 전국 6833개 박물관에 9억 4000만 명이 방문했으며 7~8월 두 달 동안에만 2억 9900만 명이 방문해 전체의 31.8%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물관의 인기는 중국 최대 여행 플랫폼인 씨트립(攜程)의 보고서에서도 확인됐다. 이번 여름 중국 박물관 방문객 수는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박물관 입장권 예약량이 한때 테마파크를 뛰어넘어 모든 카테고리 중 1위를 차지했다.

박물관 열풍은 주변 숙박 시설에 대한 수요 증가도 이끌었다. 씨트립에 따르면 올여름 전국 각지 박물관 주변의 숙박 예약이 평균 두 배 가까이 늘었으며, 싼싱두이박물관(三星堆博物館) 주변 숙박 시설 예약량은 전년 대비 15배 이상 늘어났다.

박물관 ‘굿즈’ 열풍,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아

이러한 인기를 견인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는 바로 박물관에서 제작한 '굿즈'다.

박물관 방문자들은 단순히 전시된 유물을 관람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젊은이들 사이에선 박물관 굿즈를 구매하는 것이 필수 코스가 됐다.

이번 연휴 기간 싼싱두이박물관은 싼싱두이 유적 피규어와 랜덤박스 등의 굿즈로 하루 평균 60만 위안(약 1억 1300만 원)에 달하는 판매 매출을 기록했고, 간쑤성박물관(甘肅省博物館)의 '마라탕' 인형은 온라인 사전 판매 기간에 전년 동기 대비 343% 증가한 판매량을 보였다. 고대 이집트 문명 대전을 개최 중인 상하이박물관(上海博物館)의 타오바오(淘寶) 온라인 스토어도 지난 8월 한 달 동안 이집트 유물을 모티브로 한 굿즈의 재고가 매일 소진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굿즈의 인기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더욱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에서 굿즈의 인기가 상승하면서 이를 직접 보기 위해 박물관을 찾는 방문객 수도 크게 증가했다. 반대로 오프라인에서 굿즈를 접한 소비자들이 이를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면서 온라인 수요도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서로 순환하며 굿즈의 인기를 이끌면서 박물관 자체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이제 굿즈는 단순한 상품을 넘어 박물관의 중요한 홍보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더우인(抖音, 중국판 틱톡)의 보고서에 따르면 박물관 관련 영상의 연간 조회수는 513억 4000만 회를 돌파했으며 올해는 동영상 수가 전년 대비 191% 증가, 누적 조회수는 62% 늘어나 박물관 홍보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굿즈’ 개발의 선두주자… 베이징 고궁박물원

박물관 굿즈 개발의 선두 주자는 단연 중국의 국가 1급 박물관인 베이징 고궁박물원(故宮博物院)이다.

2008년 문화창작사업부(文創事業部, 고궁박물원 문화 창작 사업 관리 담당 부서)를 설립한 고궁박물원은 2010년 중국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에서 온라인 스토어를 개설하며 굿즈 시장 진출을 예고한다. 2014 기존엔 엄숙한 역사적 인물로 알려져 있던 ‘옹정(雍正)제’를 귀엽고 친근한 캐릭터로 재탄생시키며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이때부터 고궁박물원의 굿즈 개발이 본격화됐다.

2020년 기준 고궁박물원은 도자기, 의류, 식품, 뷰티, 문구류, 명절 기념품 등을 포함한 1만 4000종의 굿즈를 개발해 냈으며, 고궁박물원은 굿즈를 단순히 유물을 복제하는 것을 넘어서 창의적인 디자인과 현대적 감각을 더해 예술적인 요소를 부각시켰다. 그 결과 고궁박물원은 굿즈로만 연간 10억 위안(약 18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대다수의 중국 박물관들이 굿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모든 박물관이 자체적으로 굿즈를 개발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박물관들은 굿즈 개발을 전문 기업에 위탁하거나 외부 업체의 협력을 통해 굿즈를 라이선스 화하여 개발하고 있다.

허베이성에 위치한 한단박물관(邯鄲博物館)은 외부 업체와의 협력으로 ‘한단문박(邯鄲文博)’을 설립했고, 싼싱두이박물관도 동일한 방식으로 '싼싱두이문창스튜디오(三星堆文創工作室)’를 출범시켰다.

중국 박물관들은 적어도 하나의 히트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항저우박물관의 '작은 분홍 컵(小粉杯)', 충칭박물관의 '소형 분홍 향로(小粉爐)', 한단박물관의 '뚱뚱 오리(大肚鴨)', 상하이 박물관의 '고대 이집트 문명 굿즈 시리즈', 둔황박물관의 '행운 가득한 쑥 방망이(好運連連艾草錘)'가 바로 그것이다.

'랜덤 쇼핑' 즐기는 중국 MZ세대

박물관 굿즈 중에서도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랜덤박스'다.

구매자들은 어떤 유물이 들어 있을지 몰라 박스를 여는 순간까지 긴장과 설렘을 함께 느낄 수 있다.

후난성박물관의 ‘고고학 랜덤 박스(考古盲盒)’는 실제 고고학자들이 유물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유물을 흙 속에서 찾아내는 과정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어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싼싱두이박물관에서는 대형 청동 가면을 랜덤박스에 넣어 출시했고, 허난박물원도 청동기, 은패(銀牌), 옥기(玉器), 기념패, 도자기 등이 무작위로 나오는 랜덤박스를 선보였다.

베이징대학고고문박학원(北京大學考古文博學院) 왕쓰위(王思渝) 교수는 “최근 몇 년간 여가 활동의 인기가 상승하면서 대중이 점점 더 재미있는 콘텐트를 선호하게 됐다”면서 “최근 중국의 박물관들은 전체적으로 매우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대중의 취향에 맞는 콘텐트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황지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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