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의날 B-1B가 미국 본토에서 날아온 이유

2024-10-02

윤석열 대통령은 1일 국군의날 76주년 기념식에서 “만약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기도한다면, 우리 군과 한·미 동맹의 결연하고 압도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그날이 바로 북한 정권 종말의 날”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국군의날 기념식에서도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 한·미 동맹의 압도적 대응을 통해 북한 정권을 종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해를 거듭한 ‘북한 정권의 종말’ 경고이지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힘이 실렸기에 결코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는 평가다. 이날 보여준 현무-Ⅴ(5)와 B-1B 등 두 개의 전력 때문에 그렇다.

2년 연속 “북한 정권 종말” 경고

기념식서 초고위력 미사일 공개

미국 전략자산의 위력 과시 비행

경거망동 말라는 강력한 메시지

윤 대통령이 열병한 3축 체계 제대의 미사일 중 가장 긴 게 현무-Ⅴ다. 3축 체계는 북한이 핵·미사일을 발사하려 할 때 선제적으로 타격하는 킬체인, 북한의 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 북한이 핵·미사일로 공격하면 한국이 보복하는 대량응징보복의 무기들이다.

20층 높이 건물을 무너뜨리는 미사일

국방부가 ‘초고위력 탄도미사일’이라고 소개한 현무-Ⅴ는 18개 바퀴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EL)에 실렸다. 좁고 구불구불한 길이 많은 한반도에서 TEL이 재빨리 움직이도록 9개의 바퀴 축이 각기 조향할 수 있다. 비껴가는 모습도 시연했다.

현무-Ⅴ는 최대 사거리가 500㎞ 정도이며, 한반도 전역을 때릴 수 있다. 지난해 처음 선보인 ‘고위력 탄도미사일(현무-Ⅳ(4))’보다 더 크고 더 세다. 탄두부 무게만 8t이 넘는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서 생기는 운동에너지까지 더 하면 그 위력이 20층 높이 건물도 단숨에 무너뜨릴 정도다.

미군과 유엔군의 공습에 내내 시달린 북한이 6·25 전쟁 이후 지하시설 건설에 매진한 상황을 고려한 설계다. 현무-Ⅴ는 지하 벙커를 부술 수 있다.

지난달 28일 이스라엘 전투기가 공습으로 레바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수장인 하산 나스랄라를 사살하려고 떨어뜨린 BLU-109 벙커버스터는 현무-Ⅴ의 비교 대상이 아니다. 이스라엘은 당시 벙커버스터 80발 넘게 떨어뜨렸는데, 현무-Ⅴ는 1발이면 충분하다. 아니 현무-Ⅴ 1발이 벙커버스터 80발보다 더 강하다.

지하 벙커에서 발견된 나스랄라의 시체는 상처도 없이 온전했다고 한다. 폭발의 충격파 때문에 숨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아무리 땅속 깊숙이 숨더라도 현무-Ⅴ에 당해낼 재간이 없는 이유다.

북한은 김정은이 모든 것을 쥐고 있는 사회이기 때문에 김정은만 제거하는 순간 모두 다 얼어붙을 수 있다. 한국이 핵을 갖고 있지 않지만, 현무-Ⅴ로 김정은의 명줄을 잡고 있는 한 북한은 함부로 도발할 수 없다. 이게 바로 억제의 원리다.

미국 공군의 B-1B가 미 본토에서 날아온 뒤 한국 공군 F-15K 편대의 호위를 받았다. 한국에 ‘핵우산’을 씌워주겠다는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이 굳건하다는 걸 보여주는 B-1B의 비행이었다. 한·미는 B-1B를 포함한 전략자산의 적시적이고 조율된 전개에 합의했으며, 핵협의그룹(NCG)에서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긴밀하게 논의하고 있다.

전경주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B-1B는 핵공격 능력은 없다. 그러나 유사시 미국 핵 자산의 신속한 전개가 가능하다는 걸 알 수 있다”며 “또 F-15K와 같은 한국의 재래식 자산은 미국 핵 자산의 운용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력 과시일뿐더러 실전 훈련이라는 게 전경주 위원의 해석이다.

더군다나 이날 창설돼 윤 대통령으로부터 부대기를 받은 전략사령부는 미국의 핵 자산과의 연합 작전을 원활히 하는 재래식·핵 통합(CNI)의 임무도 갖고 있다.

기념식 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시가행진에서 주한미군 제대 중 유엔군사령부 군기단은 ‘신 스틸러’다. 군기단은 유엔사의 18개 회원국 국기를 들고 걸었다. 유엔사는 평소 정전체제를 관리하다가, 적대 행위나 무력 공격이 일어나면 한국에 회원국들의 병력과 무기, 물자를 보내는 사령부다. 북한을 억제하는, 또 다른 전략자산이 유엔사다.

사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가행진을 하는 이유를 궁금해하는 의견이 제법 많았다. 그동안 국군의날 행사는 5년에 한 번 대규모로 열어왔기 때문이다. 물론 국방부 장관의 판단에 따라 대규모 행사를 다른 해도 실시할 수 있다. ‘예산낭비’라는 비판이 나왔다. 또 행사 연습 중 장병 2명이 다쳤다.

기가 꺾여야만 협상장에 나오는 북한

관련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은 “정부가 공식적으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장병의 사기를 높이고, 방위산업 수출을 돕는 목적이라고 밝혔다. 그런 목적들도 있지만, 북한에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려고 기획했다”고 귀띔했다.

북한은 러시아와 군사동맹 성격의 조약을 맺고,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도 모자라, 쓰레기 풍선을 계속 보내고 있다. 다음 달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핵실험 등 전략적 도발을 벌일 가능성이 있어 한·미 정보 당국이 북한을 주시하고 있다. 7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영토 규정을 신설하고 통일을 삭제하는 내용으로 개헌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핵무력법을 고쳐 핵 문턱을 더 낮출 수도 있다.

이 같은 상황들이 쌓여 한반도의 긴장도가 높아지기 전 미리 눌러놓자는 의도라는 것이다. 북한은 말 폭탄을 쏟아내지만, 정작 우리가 인상을 찌푸리면 움찔해 한다. 그렇다고 북한과 대화와 협상을 포기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지금은 북한의 기를 꺾어야 할 때다. 지금까지 남북관계를 살펴보면 북한은 궁지에 몰리면 협상장으로 나왔다. 이게 ‘힘에 의한 평화’다.

사족(蛇足). 기념식에서 장내 아나운서가 미 공군의 B-1B를 ‘죽음의 백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B-1B의 공식 별명은 랜서(Lancer·창기병)이고, 비공식적으론 영문 B와 원(One)을 합해 본(Bone·뼈)이라고 부른다. ‘백조’를 별명으로 가진 폭격기는 러시아의 Tu-16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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