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분노를 넘어 김동연'서 판자촌 출신 정치인 소신 밝혀
"정치하는 이유, 전쟁 같은 국민 삶과 끝없는 정쟁에 마침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같이 합시다" 제안 받은 사실도 공개
[미디어펜=진현우 기자]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저서 '분노를 넘어 김동연'이 김 지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9일 예약판매를 시작했다.
김 지사는 해당 저서에서 이번 대선 출마를 "우리 정치를 바꾸는 유쾌한 반란"이라고 정의하고 '모두의 나라, 내 삶의 선진국' 비전을 제시하는 등 대선을 앞둔 각오를 밝힌다. 이와 함께 지난 2022년 정치권 입문 후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와 만났을 당시 일화도 비교적 상세히 소개하는 점이 눈길을 끈다.
9일 경기도에 따르면, 김 지사의 저서의 '분노를 넘어 김동연'은 이날 출간돼 전국 주요 서점에서 예약판매를 시작했다.
해당 저서에서 김 지사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자신의 생애를 돌아보며 어떤 '분노'를 겪게 되고 이를 이겨내는 과정과 앞으로 어떤 '반란'을 준비하고 있는지 비교적 자세히 설명한다.

저서에서 김 지사는 어린 시절 가정 형편이 어려워져 서울 청계천 판잣집에서 살게 되고 판잣집 철거 이후 경기 '광주대단지'(지금의 성남시)로 이주하면서 가장 먼저 '환경에 대한 분노'를 느끼게 됐다고 고백한다.
어렸을 때 비교적 성적이 좋았던 김 지사는 자신의 어머니가 가정형편이 어려워 자신이 원했던 명문 인문계 고등학교 및 대학교 진학 대신 상고 진학을 부탁하자 "억울했다. 상실감과 박탈감이 컸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덕수상고 1학년 재학시절 자신의 담임 선생님에게 "야구 경기를 보러 가려고 한다"는 이유로 조퇴 허락을 구하는 등 반항심 속 상고를 재학했다고 밝힌다.
그럼에도 김 지사는 점차 학년을 올라가며 반항을 멈추고 학업과 취업 준비에 속도를 냈는데 그 이유를 '어머니'와 '장남의 무게' 때문이었다고 회고한다.
상고 3학년 2학기 초 한국신탁은행에 합격한 김 지사는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마음 한 켠에 남아있는 '대학 진학'의 꿈을 버리지 못했고 당시 서울 서대문사거리에 있던 야간대학인 국제대학(현 서경대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직장과 대학 생활을 병행하던 김 지사는 대학 3학년 1학기 중 어느 날 직장 선배 방에 있던 고시잡지를 보고 고시에 도전해야겠다는 마음을 품은 후 '주경야독'을 행정고시와 입법고시에 합격해 경제기획원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다만 소위 '명문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영·호남 라인에도 속하지 못해 아웃사이더라는 '열등감'을 느끼고 '보이지 않는' 따돌림도 느끼며 상고 시절 이후 두 번째 '분노'를 겪게 된다.
김 지사는 이 과정에서 두 번째 '반란'의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고 책에서 밝힌다. 김 지사는 △노무현 정부 당시 복지국가 로드맵이라고 불린 '비전 2030'을 주도한 일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청와대 금융정책비서관으로 근무하며 실물시장 위기와 경기침체를 막아낸 일 △2017년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을 이끌어낸 일들을 묶어 '사회를 뒤집는 반란'이었다고 밝힌다.
특히 김 지사는 "공직자로 내가 가장 열성을 쏟은 일을 하나 꼽으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바로 '비전 2030' 작업이었다"며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비전 2030'을 보고받고 무척 흡족해했고 '재임 중 받은 보고 중에 최고'라고 극찬하기도 했다"고 소개하기도 한다.
김 지사는 윤석열 대통령 파면과 함께 이뤄지는 21대 대통령선거 출마에 대해 "전쟁 같은 국민의 삶과 끝없는 정쟁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 시작한 반란"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무허가 판잣집 소년가장에서 출발해 사회로부터 이루 말할 수 없는 혜택을 받아 누렸다"며 "마땅히 헌신하며 돌려주어야 하고 기꺼이 그 유쾌한 반란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한다.
尹 "서울에는 오세훈이 있으니까 경기도에서 출마하시지요"
김동연 지사는 저서에서 지난 2022년 2월24일 20대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와 만났던 에피소드에 대해서도 자세히 서술한다.

윤 후보는 김 지사에게 "선배님, 같이 하십시다"라며 자신에게 합류하라는 요구를 하게 된다.
김 지사가 "정치를 왜 시작했습니까"라고 묻자 윤 후보는 "경제에 법치주의를 넣어야 한다"는 요지에서 발언을 이어갔는데 이에 대해 김 지사는 "대답이 길고 장황했는데 내용이 없었다. 윤 후보는 90% 가까이 혼자 얘기했다"고 회고한다.
김 지사에 따르면 윤 후보는 김 지사의 제안에 "그건 들어와서 생각해보시고요"라며 "부총리까지 하셨으니까 국무총리에는 관심이 없으실 것 같고. 서울에는 오세훈이 있으니까 경기도에서 출마하시지요. 무조건 필승입니다. 그리고 당을 개혁해야 되겠는데 들어와서 당을 접수해주십시요"라고 역제안을 건다.
김 지사는 당시 윤 후보와의 회동에 대해 "애초에 어떤 기대도 없었지만 불쾌했다. 정치개혁이나 국민통합에는 관심이 없고 자리를 제안하는 것도 불쾌했다"며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 만남이었다"고 고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