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뉴스인가

2025-10-22

누구를 위한 정보인가. 건강 뉴스를 읽을 때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같은 약이어도 사용자에 따라 효과와 부작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소염진통제를 예로 들어보자. 중량 운동으로 근육질 몸매를 만들고 싶은 20대라면 운동 뒤 통증을 줄이려고 소염진통제를 자주 먹는 건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운동 후 일어나는 염증 반응은 근육 성장을 위한 중요한 신호인데 약이 이 신호 체계를 방해하여 단백질 합성 증가를 둔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젊은 성인이 근력 운동을 하며 소염진통제를 고용량으로 상시 복용하면 근비대와 근력 증가가 덜할 수 있다.

하지만 근육량 감소로 고생하는 60대 이상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연령대에서 소염진통제는 오히려 운동 효과를 높여 근육 분해를 막고 근육 성장을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뭘까? 과학자들이 추측하는 이유 하나는 나이 들면서 나타나는 만성 염증과 관련된다. 노화하면서 우리 몸은 지속적으로 저강도 만성 염증 상태에 놓인다. 연구자들은 이를 염증 노화(inflammaging)라고 부른다. 이러한 만성 염증은 근육 분해를 촉진하는 신호를 계속 활성화하여 근감소를 가속한다. 중장년층 복부 내장 지방의 증가는 염증을 더 높여 근육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일으킬 수 있다.

반대로 소염진통제와 같은 약으로 염증을 줄여주면 근비대와 근력 증가를 향상시킬 수 있다. 2011년 미국 연구에서 60대 중반의 성인이 아세트아미노펜(하루 4000mg) 또는 이부프로펜(하루 1200mg)을 복용하며 12주간 근력 운동을 병행했을 때, 약을 먹지 않은 그룹에 비해 근육량이 25~50% 더 증가했다. 약을 먹은 그룹이 근력도 더 많이 증가했다. 소규모 연구 결과이므로 이것만으로 노인이 운동할 때 소염진통제를 먹어야 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20대와 달리, 60대 이상이라면 근성장에 방해될까 봐 약 복용을 피하거나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부작용 위험도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 노인은 소염진통제로 인한 위장 출혈 위험이 커서 더 주의해서 복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소염진통제만의 문제가 아니다. 당뇨약도 마찬가지다. 최근 혈당 스파이크를 걱정하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당뇨병을 앓고 있는 노인이라면 약으로 인한 저혈당을 더 조심해야 한다. 혈당 관리는 장기적으로 건강에 유익하지만 저혈당은 당장 의식 소실, 낙상과 같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운전 중이라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다. 그래서 노인의 경우는 혈당 목표치를 조금 높게 잡고 약을 복용하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약의 효과보다 부작용을 더 조심해야 한다. 건강 기사를 볼 때는 ‘이게 정말 나를 위한 정보인가’부터 따져보자.

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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