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가 자본준비금을 줄여 주주에게 환원하는 감액 배당도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과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행 소득세법은 감액 배당을 ‘이익의 배당’이 아닌 ‘자본의 환급’으로 보고 배당소득세(15.4%)를 부과하지 않고 있는데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29일 법무법인 율촌에서 한국조세정책학회 주최로 열린 ‘감액 배당, 과세해야 하나’ 세미나에서 “감액 배당은 실질적으로 이익잉여금을 활용한 일반 배당과 동일한 경제적 효과를 가진다”며 “현재 감액 배당에 대한 비과세는 조세 중립성과 조세 정의를 훼손하는 만큼 일반 배당과 동일하게 과세해야 한다”고 말했다.
감액 배당은 일반 배당과 달리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주식 보유자가 배당을 받으면 배당소득세(15.4%) 외에도 이자와 배당을 합친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 원을 초과하면 금융소득종합과세가 적용된다. 하지만 감액 배당은 세법상 소득으로 간주되지 않아 배당소득세는 물론 종합소득세도 내지 않는다.
오 교수는 현행 소득세법 시행령이 상법상 감액 배당 개념을 확대 해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법은 ‘일정한 요건의 자본준비금을 감액할 수 있다’고만 규정할 뿐 그 자금을 어디에 쓸지는 명시하지 않고 있다”며 “그런데도 상법상 근거 없이 세법이 먼저 과세 판단을 내려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득세법 및 상법의 체계 정비를 통해 법리적·정책적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감액 배당에 대한 과세를 위해서는 신속한 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변혜정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과세가 필요하다고 여겨지면 국세청은 여러 방식으로 시도하겠지만 납세자의 불복이 이어질 경우 행정력 낭비가 발생할 수 있다”며 “새로운 소득 유형이 발생한다면 신속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부도 최근 기업의 감액 배당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감액 배당이 조세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는지를 면밀히 살펴볼 방침이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윤수현 기획재정부 금융세제과장은 “일회성 감액이 아니라 매년 하는 배당을 감액 배당으로 실시한다면 주식회사의 취지에 맞지 않고 자본 충실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감액 배당이 이슈가 되는 만큼 객관적으로 현황 파악을 하고 있는 중”이라며 “조세 회피 문제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