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드업계가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디지털 전문가를 확충하고 있다. 금융·경영·회계·법률 분야 일변도의 이사회 구성이 디지털 및 미래산업 분야 등으로 다각화하고 있다.
3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디지털 분야에 전문성이 갖춘 인력이 카드업계 이사회 자리를 채우고 있다. 비씨카드는 지난 28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유혁 고려대 연구부총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유 부총장은 고려대에서 AI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는 디지털 분야 전문가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회사의 사업영역이 AI분야까지 확장됨에 따라 해당 분야 전문가인 유혁 교수를 선임하게 된 것”이라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삼성카드는 내부 디지털 전문 인력을 연이어 사내이사로 기용하며 디지털 역량 강화에 드라이브를 거는 분위기다. 지난 20일 열린 정기주총에서 김이태 삼성카드 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확정하는 동시에 황성원 부사장을 이사회에 합류시켰다. 황 부사장은 지난 2022년 디지털혁신실장이 된 뒤 지난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삼성카드에서 인공지능(AI) 부문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신한카드도 지난 정기 주총에서 최재봉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가 신규 사외이사로 합류했다. 최 교수는 문화 디지털 혁신협의회 자문위원,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제1기 심의위원, 기획재정부 혁신성장본부 자문위원, 국회 4차 산업혁명 특별위원회 자문위원 등 중량감 있는 정부 기관 자문위원을 다수 맡은 경력이 있다. 신한카드는 차별화된 디지털 금융 전략 추진과 디지털·IT 부문의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을 추천 사유로 꼽았다.
하나카드는 여성 사외이사이자 정보기술(IT)·금융분야 전문가인 권숙교 전 우리FIS 대표를 재선임하기로 앞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의결했다. 현대카드 역시 디지털 전문가인 변광윤 뉴웨이브커머스 대표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카드업계의 이사회에 디지털 전문가는 계속 늘어나는 분위기다. 결제 비즈니스 중심의 카드사 업무가 다른 어떤 금융회사와도 디지털 혁신과 밀접한 연관을 띄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카드, 신한카드, 하나카드, 롯데카드 등은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이사회 역량 구성표(BSM)을 도입해 디지털 또는 IT 분야를 별도의 전문 분야로 구분하고 있다. 현대카드의 경우 디지털 외에도 미래산업이라는 구분을 별도로 해 전문성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지주사나 은행과 마찬가지로 빠르게 이사회 차원에서 디지털 전환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업 본업과 디지털의 결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도 디지털 역량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번지고 있다”면서 “투자 결정 등 최종 의사결정에서 이사회의 결단이 중요해지는 만큼 앞으로 이런 추세는 계속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