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 노르웨이 스피츠베르겐섬-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는, 북극제비갈매기

2025-09-02

지난 8월 9일부터 11일까지 북위 78도에 위치한 노르웨이령 스발바르제도 스피츠베르겐섬 롱위에아르뷔엔을 다녀왔다. 롱위에아르뷔엔은 사람이 거주하는 지역 중 가장 북쪽에 있으며, 역대 최저기온은 영하 46도에 달한다. 여름에는 하루평균 기온이 4~5도로, 폭염에 시달리는 한국보다 쾌적한 편이다.

필자는 지금까지 롱위에아르뷔엔을 중심으로 한 북극권을 네 차례 방문했다. 다양한 동식물과 풍경을 사진으로 기록했지만, 그중 가장 깊은 인사이트를 준 동물은 지구상에서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는 북극제비갈매기였다.

이들은 매년 4~8월 북극권에서 번식한 뒤 새끼가 어느 정도 자라면 혹독한 겨울이 시작되기 전 여름이 시작되는 지구 반대편 남극으로 이동한다. 이듬해 4월 남극에 겨울이 오기 전 다시 북극으로 돌아온다.

살기에 적합한 기온을 찾아 북극과 남극을 오가는 이들의 연간 이동 거리는 7만900㎞에 달한다. 신천옹, 흑꼬리도요, 검은슴새 등도 먼 거리를 여행하지만 북극제비갈매기의 여정을 따라잡지는 못한다.

몸무게 100g 남짓한 작은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상상을 초월한다. 북극제비갈매기는 작지만 강하고 두려움 없는 새다. 자신의 영역에 침입한 상대가 누구든 날카롭고 강한 부리를 앞세워 맹렬한 속도로 내리꽂는다. 이들을 관찰하려면 충분한 시간을 들여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목적만을 앞세워 성급하게 이들의 영역에 들어갔다가는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

<박수현 수중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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