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매드맨 전략' 가동… "막차 타는 게 더 유리할 수도"

2025-07-24

미국이 일명 ‘2+2 협상’을 돌연 취소한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특유의 협상전략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윤철 부총리와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및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25일(현지시간) 만나 관세 등 통상 안건을 협상할 예정이었다.

전문가들은 8월 1일 상호관세 유예 종료일까지 ‘노 딜’에 그치더라도 협상이 종료되는 것은 아닐뿐더러 명백한 귀책 사유가 미국에 있는만큼 협상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구 부총리는 미국행 비행기 탑승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는 자동차에 타고 있던 24일 오전 9시 경 미국 측으로부터 협상 취소를 통보하는 이메일을 받았다. 통상 실무자들끼리는 개인 전화번호를 서로 알고 있을 정도로 언제든 통화할 수 있는 라인이 열려 있는데 이메일로 긴급 일정을 통보한 것이다. 미국 측은 “베선트 재무부 장관의 일정이 겹쳤다(schedule conflict)”고만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외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25일로 예정된 스코틀랜드 방문에 베센트 장관이 동행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 사유는 공식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구 부총리는 공항에 도착한 뒤 20여 분간 귀빈실에 머물며 참모들과 상황을 파악하다가 공항을 떠났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쌀과 소고기를 개방하지 않기로 했다는 일부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미국 측이 일종의 압박을 가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현실적으로 8월 1일 데드라인 전 한국과 협상 타결이 어렵다고 봐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와 협상에 집중하려는 전략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전략과 별도로 외교·통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일이 전례를 찾기 어려운 결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장관급 회담을 개최 전 날에 이메일로 취소하는 것은 아무리 약소국이라도 하더라도 상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구 부총리와 함께 방미길에 오르려던 기재부 협상단 상당수는 이미 출국 수속까지 마친 상태였다고 한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역시 나흘 간의 방미 기간 중 협상 파트너인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대면 면담하지 못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이렇게 촉박하게 일방적으로 회담을 취소한 건 외교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처사로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봐야 한다”며 “미국이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한미 간에 관세·통상 협상을 미국의 주도 하에 미국의 타임라인에 따라 끌고 가겠다는 의지가 읽힌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일단 사태 수습에 주력하고 있다. 주미 한국대사관은 23일 미국 측이 2+2 협상을 취소한 것과 관련해 “베선트 장관의 급한 사정 때문이지 한국과의 협상에 다른 함의(implication)가 있지는 않다"고 해명했다. 위 실장과 루비오 장관과의 면담도 “긴급한 일정이 생겨 전화 면담으로 대체했다”고 대통령실이 공식 발표했다. 대통령실은 “위 실장이 21일 약속된 면담을 위해 백악관에서 대기하고 있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급한 일정으로 루비오 장관을 호출해 이튿날 전화로 면담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 머무르고 있는 여 본부장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개별 면담 일정은 정상 소화되고 있다는 게 정부 측 공식 입장이다.

여기에 다음번 2+2 협상 일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으면서 한미 통상 협상은 미국측 8월 1일 데드라인을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베선트 장관은 오는 28~29일 스웨덴에서 중국과 협상을 앞두고 있어 물리적으로 한국과 단독 협상이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우왕좌왕 할 것 아니라 정교한 협상전략을 다듬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김양희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는 “ EU와 관세 협상이 먼저 타결이 되는 걸 지켜보는 편이 차라리 나을 수도 있다”며 “미국 입장에서는 큰 나라로부터 많이 얻어내면 우리로부터 얻어 내야 할 게 줄어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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