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즈업] ‘AI×예술 포럼’ AI 확산 속 예술과 제도의 경계 짚다

2025-08-01

[세 줄 요약]

·아트코리아랩 24일 AI×예술 포럼 개최

·생성형 AI 도입에 따른 창작 방식 변화와 제도 공백 집중 논의

·후속 포럼 통해 공공지원제도·창작 전략·생태계 대응 연속 조명 예정

산업계에서 생성형 인공지능 도입과 확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예술계 역시 제도·교육·저작권 등 다양한 차원의 대응 논의를 본격화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지난 24일 아트코리아랩과 함께 ‘AI×예술 포럼:AI와 문화예술, 공존을 위한 질문과 정책’을 개최하고 현장 전문가와 함께 AI 시대의 문화예술 생태계 변화에 대한 과제를 집중 조명했다.이번 포럼은 AI 기술이 단순 창작 도구를 넘어 예술 공모제도, 유통, 저작권 등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제도적 시각에서 조망하기 위해 기획됐다.

첫 발표는 김성우 응용언어학자가 맡았다. ‘인간의 언어와 인공지능의 언어-체화와 외화의 관점에서’를 주제로 인간 언어는 삶과 관계, 맥락을 통해 습득되는 반면, 인공지능은 통계 기반의 데이터 연산을 통해 언어를 생성한다는 구조적 차이를 짚었다. 그는 언어를 단순한 정보의 집합이 아니라 “삶의 사건과 감정이 엮인 경험적 요소”로 정의하며 언어 습득의 심층 구조를 설명했다. ‘사랑’, ‘밥 먹자’ 같은 단어들이 개인의 기억, 가족과의 경험, 감정적 연상으로 얽혀 있음을 강조하며 AI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 언어의 본질적 특성을 언급했다.

이어 AI 시대 글쓰기의 전도 현상을 지적했다. 전통적으로 ‘읽기-사고-쓰기’ 순으로 이뤄지던 리터러시 구조가 ‘생성-읽기-검토’ 중심으로 뒤바뀌며 글쓰기의 주체성과 사고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특히 글쓰기를 ‘표현과 내면화가 순환하는 구조’로 설명하며 생성형 AI 시대에도 인간 고유의 체화된 언어 능력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생성 없는 생성(Generation without Becoming)’이라는 개념을 통해 결과만 추구하는 인공지능 활용 방식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AI를 활용하되 인간 내면의 변화와 체험이 함께 가는 새로운 글쓰기 구조를 상상할 때” 공존 가능성이 열린다고 정리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최승준 미디어아티스트는 창작자로서 AI를 실험 도구로 활용한 구체적 경험을 중심으로 발표를 이어갔다. 그는 AI와의 ‘생성형 대화’를 반복하며 자신의 인식과 호기심이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관찰한 사례를 공유했다. 특히 Claude 3 Opus 모델에 ‘뻔한 프롬프트’를 10회 반복해 입력하고 매번 다르게 응답하는 AI의 반응을 통해 단순히 도구를 쓰는 것이 아니라 “질문 방식 자체가 창작을 유도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AI에게 내가 알고 싶은 것을 집요하게 물으면 오히려 나의 관심과 안목이 드러나는 글이 나온다”며 창작에 있어 ‘AI에게 몰입을 유도하는 태도’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생성형 AI를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인 비효율성, 반복, 재귀적 실험으로 창작자의 개입이 강화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AI가 제시하는 응답을 단순히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질문 체계를 고도화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때 AI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창작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설동준 프로젝트 퍼플비 대표는 세 번째 발제에서 AI 기술과 공공지원 제도의 충돌 지점을 조명했다. ‘AI와 지원사업 해킹’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발표에서 그는 “생성형 AI로 작성된 공모 신청서가 제도적 규범 없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며 이를 ‘제도 해킹’으로 정의했다. 이어 그는 영국예술위원회, 미국 과학재단, 한국연구재단 등 국내외 기관의 사례를 비교하며 현재 대부분의 제도가 “신청자에겐 AI 활용을 허용하면서도 심사자에게는 엄격히 금지하는 이중 구조”임을 지적했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발생하는 문제로는 창작물 독창성 판단의 어려움, 기술 소외 계층의 불이익, 리터러시 교육 격차, 공모 시스템 신뢰 하락 등을 언급했다. 설 대표는 “AI 기술은 일률적으로 금지하거나 무분별하게 수용할 수 없다”며 대응책으로 ‘공공기관의 AI 리터러시 교육 강화’, ‘지원사업 참여자 간 사례 공유 협의체 구성’, ‘심사자 대상 기준 정비 및 비용 지원 확대’ 등을 제안했다. 특히 “기술 접근성이 창작 역량보다 우선되는 구조에서는 현장 불균형이 심화된다”며 예술가의 창작 과정이 ‘기술 중심’이 아닌 ‘관계 중심’으로 평가될 수 있는 기준 마련을 촉구했다.

마지막 발제자인 정지우 변호사는 법률 전문가의 시선에서 생성형 AI 시대의 저작권 쟁점을 정리했다. 그는 “AI가 만든 콘텐츠는 현행법상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라는 정의에 해당하지 않아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생성형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은 아이디어에 가까우며 인간이 이를 편집하거나 조합해 만든 경우에만 편집저작물로 보호 가능하다고 밝혔다.

정 변호사는 최근 논의되고 있는 프롬프트 저작권 문제에 대해 “프롬프트는 아이디어일 뿐 표현물이 아니므로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될 수 없다”며 현실의 혼란과 이론 간 간극을 지적했다. 또한 “저작권법은 인간의 창작을 전제로 구성되어 있어 AI 생성물에 대한 법적 기준이 현재로선 모호하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AI 공동창작물에 대한 법제 정비, 교육 자료 활용 시 공정이용 범위 등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발제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 세션에서는 청중들의 실질적 고민이 공유됐다. “AI가 예술가의 직업을 대체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최승준 미디어아티스트는 “직접적인 위협보다는 인간이 기술을 어떻게 수용하느냐가 중장기적으로 중요하다”고 답했으며, 설동준 프로젝트 퍼플비 대표는 “AI를 독립된 기술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관계망 속에서 새롭게 의미를 구성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은 예술 현장과 제도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장기적 논의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도 의미를 더했다.

한편, 아트코리아랩은 오는 9월 ‘AI 시대 예술 생태계 변화와 대응과제’, 11월에는 ‘AI 기술 활용 창·제작 및 사업화 전략’을 주제로 후속 포럼을 연속 개최할 계획이다.

헬로티 구서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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