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만난 HD현대 정기선…SMR 추진선 만든다

2025-03-12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빌 게이츠와 손을 잡았다. 빌 게이츠가 창업한 테라파워와 협력해 원자력 추진선 개발에 나서기로 하면서다. 미래형 선박 기술 개발을 통해 중국 조선사의 추격을 뿌리치고 초격차를 벌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12일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미국의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 테라파워와 나트륨 원자로 상업화를 위한 전략적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약식엔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과 빌 게이츠 테라파워 창업자,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 등 양사 관계자가 참석했다. 원광식 HD현대중공업 해양에너지사업본부장은 “이번 협력을 바탕으로 차세대 원자력 에너지 상업화를 가속하고 글로벌 SMR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HD현대는 테라파워와의 협력을 통해 SMR 추진선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기대한다. HD현대의 조선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최대 3000억원을 SMR, 수소연료전지 등 차세대 선박 동력원 개발에 투입할 계획이다. SMR은 탄소 배출이 없는 데다, 연료 걱정 없이 반영구적 사용이 가능하다. 연료 탱크나 배기 시설 등이 필요하지 않아 화물을 더 많이 실을 수 있는 이점도 있다. HD현대는 2030년까지 선박용 SMR을 개발하겠단 목표를 세우고, 지난달 1만5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대분)급 SMR 추진 컨테이너선의 설계 모델을 공개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인포메이션은 글로벌 SMR 시장이 2030년 71억4000만 달러(약 10조4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국내 조선업계도 관련 연구·개발을 이어오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 2020년 한국전력기술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해상 SMR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덴마크의 SMR 개발사 시보그와 해상 부유식 원자력 발전 설비를 공동으로 개발해 2028년까지 상용화하겠단 계획을 내놨다.

국내 조선업계가 해상 SMR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건 ‘원전굴기’를 앞세운 중국보다 먼저 미래 선박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다. 중국은 지난해 하이난성창장 원자력발전소에서 세계 최초로 상업용 SMR의 시험 가동을 시작했다. 중국 장난조선소는 지난 2023년 세계최초로 2만4000TEU급 SMR 추진 컨테이너선의 설계를 공개하기도 했다.

다만 SMR 선박 시장이 열리기 위해선 국제적 합의가 필요하단 지적도 나온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핵폐기물 처리 방법부터 자국 내 원자력 선박의 입항 허용 등 국제적 합의가 이뤄져야 할 부분이 많다”라며 “SMR 추진선 상용화엔 정치·사회적 문제가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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