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업계·정부·운전자 동참해 교통사고 줄여야

2024-10-02

최근 언론 보도를 검색해보면 1주일에 1건 이상 급발진 주장 사고 기사가 나온다. 지난 수년간 지속해서 나타나는 차량 급발진 발생 주장 사고는 국민감정을 자극하는 사연과 결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고는 안타깝지만, 일부 운전자는 사고가 나면 객관적 원인을 조사하기도 전에 사고 원인을 차량 급발진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더해 일부 자칭 교통사고 전문가들의 설익은 주장이 뒤섞이면서 차량 안전과 사고에 대한 국민의 막연한 불안감을 부추기기도 한다. 이처럼 과학에 근거하지 않은 주관적 예단이 사실인 양 포장되는 현상은 심히 우려스럽다. 실제 사고가 발생할 경우 객관적 판단을 흐리게 하는 부작용까지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1주일 1건 이상 급발진 주장 사고

과학적 근거도 없는 예단 쏟아져

제도 개선, 기술 개발, 인식개선을

급발진 현상이 발생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국내외 객관적인 차량 조사 사례를 살펴보자. 한국에서는 2012~2013년 민관합동조사반을 꾸려 세 차례 조사를 진행했는데 결과는 조사 대상 모두 ‘차량에는 결함이 없음’으로 결론 났다. 미국에서도 “급격한 가속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사고가 매년 약 1만6000건이나 된다. 그런데 권위 있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조사에서 급발진으로 규명된 사례는 아직 단 1건도 없다. 영국(2010~2022년 224건), 독일(2000~2022년 43건), 프랑스(2011년 45건), 일본(2011~2015년 226건) 조사에서도 자동차의 구조적 결함이 확인된 사례는 아직 없다.

자동차의 구조적 결함으로 인한 급가속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정부와 업계는 자동차 안전과 사고 예방을 위해 자동차 안전기준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특히 사고기록장치 항목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신차 안전도 평가에서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에 대한 평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고, 최근에는 소형 전기차에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선제적으로 적용해 출시했다.

사고기록장치(EDR)의 기록 항목은 국제기준(65개)보다 많은 67개로 확대해 적용할 예정이다. 비상자동제동장치(AEBS)는 승용·승합·화물 등 모든 차종에 설치 중이다. 이 외에도 정부와 업계의 차량과 교통안전을 위한 제도 개선, 안전기술 개발 등 끊임없는 노력은 필요하다.

동시에 운전자들도 의도하지 않은 급가속 현상이 발생하면 스스로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다음 두 가지를 제안해 본다. 첫째, 의도치 않게 급가속 현상이 일어나는 경우 브레이크가 아니라 가속페달을 밟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함께 해봐야 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분석한 급발진 추정 사고 중 감정(鑑定)이 가능한 경우는 모두 운전자 페달 오조작으로 밝혀졌다. 평소에도 어떤 페달을 밟고 있는지 확인하는 운전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 의도치 않은 급가속 상황이 발생하면 두 발로 브레이크 페달을 밟자. 이것이 사고 예방※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을 위한 최선이자 최고의 방법이다. 자동차는 ‘브레이크 오버라이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서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을 경우 브레이크 페달이 우선적으로 작동한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기계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가 어떤 상황에 있더라도 멈춘다.

최근 급발진이라 주장하는 사고로 인한 다수의 인명사고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경찰 조사결과와 일부 언론에 공개된 페달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사고 운전자는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주장해도 실제로는 가속페달을 밟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지 오류였다.

급발진 현상 발생 주장 사고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국가 예산·인력·장비·시간이 소요된다. 급발진 의심 사고 한 건을 감정하는 데에만 30~60일이 걸린다. 감정 건수는 2019년 58건에서 2023년 117건으로 급증했고, 관련 비용은 모두 국민의 세금이다. 이런 소모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차분하고 진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국민 안전을 지키고 운전자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업계는 무한 책임 의식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이와 함께 운전자들의 노력이 병행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렇게 된다면 수많은 급발진 의심 사고로 인한 안타까운 희생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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