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 운전, 자율주행으로 풀자

2024-10-03

올해 초부터 불거진 ‘급발진’ 논란이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분명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차량이 급격히 돌진했다던 가해자들의 주장은 운전자의 신발 밑창에 선명하게 남겨진 짙은 액셀 페달 문양과 합치되지 않았다. 감속하려다 가속 페달을 밟고, 되레 속도가 높아지자 당황한 탓에 가속 페달을 한층 더 강하게 밟아버린 게 사고의 전말이다. 뚜렷한 고의는 없었더라도, 차량보단 운전자 요인으로 인해 발생한 안타까운 인재(人災)다.

공교로운 점은 관련 사고를 낸 운전자들이 대부분 고령이었단 점이다. 최근 9명의 사망자를 낸 서울시청 앞 역주행 사고의 운전자만이 아니다. 도로교통공단의 발표에 따르면, 매년 감소하는 국내 교통사고 발생률과 달리 고령 운전자 사고 발생률은 치솟고 있다. 앞으로 노인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 문제가 더 심각해질 거란 얘긴데, 그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는 게 노인 운전자에 대한 면허 제한 정도라는 게 안타까운 지점이다. 1998년부터 관련 제도를 시행 중인 일본에서조차 8000만 명의 운전면허 소지자 중 현재까지 면허 반납자는 100만 명 정도에 그치기 때문이다. 각종 혜택을 주는데도 왜 호응이 적을까.

다양한 대중교통 수단이 촘촘히 깔린 수도권과 달리, 지방에서는 자차가 편의성을 담보하는 거의 유일한 교통수단인 경우가 많다. 노인이 되었다는 이유로 본인이 운전하지 못하는 상황이 도래하면 이는 노령 인구에 대한 실질적인 이동 제한으로 기능한다. 보조금을 받으려 본인의 이동권을 포기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논의가 계속 공회전만 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운전의 혜택을 다른 복지로 대체하는 게 아닌, 더 안전한 운전을 가능케 하는 게 핵심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노인에겐 자율주행 기반의 운전만 가능하게끔 하는 제한적 면허만 허용하는 건 어려울까. 먼 미래의 얘기 같지만, 유사한 조치가 이미 모든 운전자에게 적용되고 있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모든 차량에 자동긴급제동장치(AEB)를 설치하게끔 하는 법제화가 진행되어, 일반 운전자도 기계의 제동 보조를 받고 있어서다. 그러니 통상의 운전자보다 대응능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이 자율주행의 보조를 받아서 운전토록 하는 게 그리 큰 비약이라고 보긴 어렵다.

실제 일반 운전자와 자율주행의 비교에서는 자율주행의 사고율이 명확히 낮다. 자율주행 시범 운행 지역에서의 결과이긴 하나 자율주행 자동차는 사고가 나더라도 일반 차량에 비해 부상률과 사망률이 낮고, 그마저도 접촉 사고의 대부분은 후방에서 일반 차량이 자율주행 자동차를 추돌한 경우였다. 일반 운전자보다 안전운전을 하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일반 운전자보다 위험할 수 있는 노인 운전을 보조하게끔 돕는 게 노인 운전 배격보다 낫다.

박한슬 약사·작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