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사랑을 짊어진 죄,
침묵으로 쌓인 칼날
조용한 골목, 붉은 흔적
3월의 도심 속, 주택가 골목엔 차가운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그 속을 두 형제가 나란히 걷고 있었다.
실내복 차림에 슬리퍼를 끌며, 손을 꼭 맞잡은 채였다.
몸집이 작은 동생은 자꾸 뒤를 돌아봤고, 형은 묵묵히 앞만 보고 걸었다..
형의 소매 끝엔 붉은 얼룩이 퍼져 있었고, 떨리는 손과 흔들리는 걸음은 불안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잔소리를 하던 고모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침묵, 그것은 아이들에게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두 형제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본능적으로 작은할아버지 집으로 향했다.
그 시각, 김선미(가명)씨의 아버지는 지인들과의 저녁 약속을 마치고 귀가 중이었다.
작은 비탈길을 돌아, 집 앞 골목에 접어들 무렵, 전화벨이 울렸다.
휴대전화 액정엔 익숙한 이름이 떴다.
‘우리딸 선미’.
그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신호는 ‘뚝’ 끊겼다.
심장이 얼어붙는 듯했다.
초인종을 누를 새도 없이 계단을 헛디디며 뛰어올랐다. 문은 열려 있었다.
거실 바닥에 쓰러져 있던 딸은 간신히 숨을 쉬며 미세하게 눈을 떴다. 그는 손에 딸의 피가 묻는지도 몰랐다.
“어떻게… 이런 일이….”
비명 속의 진실
나는 막 하루를 마무리하려던 참이었다. 그때 사무실의 공기를 가르듯, 날카롭게 무전이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