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진학 편법" 군위탁 편입학도 논란인데 '국방의대' 설립 가능할까

2024-12-27

[비즈한국] 의료대란이 해를 넘어가는 가운데 의과대학의 ‘군위탁 편입학’은 ​올해도 ​예정대로 진행됐다. 의료계는 지난 10여 년간 군 위탁제도가 장기 군의관 양성이 아닌 의대 진학을 위한 편법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재검토를 요구해왔다. 이런 와중에 국방부는 지난 5월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국방의과대학(국방의대)’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국방부와 군은 장기 군의관 양성을 위해 현역 장교가 민간 의과대학에 편입학 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는 ‘의대 위탁교육제도’를 운영한다. 국방부 또는 교육부 장관의 추천과 영어 성적 등이 지원 자격으로 요구되며, 별도 정원으로 전공시험 및 면접 등을 거쳐 선발된다. 이들은 현역 장교로서 급여를 받을 뿐 아니라 학비 전체를 국가로부터 지원받는다. 2025학년도 편입학의 경우 이달 초 입학지원서 접수가 시작됐으며, 현재 필답고사와 면접 등이 진행되고 있다. 최종 합격자는 2월 초에 발표될 예정이다.

대학별 입학처에 따르면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SKY(스카이) 대학의 2025학년도 ‘군위탁 편입학 전형’ 지원자 수는 27명이다. 다만 서울대는 지원율을 공개하지 않아 확인이 불가했다. 27명 가운데 ‘의과대학 의학과’에 원서를 넣은 인원은 18명으로, 모두 연세대였다. 연세대는 26명 중 약 70%인 18명이 의대를 지원했다. 고려대는 1명으로, 영어영문과였다. 최근 5년간 현황을 살펴보면 고려대는 2023학년도에 1명, 연세대는 2024학년도 11명, 2023학년도 10명, 2022학년도 10명, 2021학년도 8명이 의학과를 지원했다. 특히 연세대는 매해 군위탁 편입학 전형 인원의 70%가량이 의학과를 희망했다.

의대 위탁교육제도의 실효성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지난 5월 국방부가 국방의과대학(국방의대) 설립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하면서다. 당시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의에 “국방의대 설립은 장기 군의관 확보를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현재 검토하고 있다. 정책적인 결정이나 추진 방향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며 “신원식 국방부 장관도 지난달 모 방송국에 나가 이런 방안들에 대해 설명을 하면서 장기 군의관 확보와 군 의료체계 개선 등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신원식 장관은 한 시사교양 프로그램에 출연해 “미국 같은 경우 국방전문의학원이 있어 (군의관의) 자체 양성도 하고, 또 일반 의대에 장학금을 지급해 일정 기간 군에 복무할 수 있도록 한다. 우리도 적극적으로 그렇게 나가야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군이 ‘23-27 군 보건의료발전계획’을 통해 발표한 단기 군의관이 의무복무(3년 의무복무) 종료 후 1년 단위로 복무를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군의관, 간호장교 등 군 의료인력의 수당을 인상하는 방안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10년 의무복무인 ‘장기 군의관’의 숫자는 꾸준히 부족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약 2400명의 군의관 가운데 장기 군의관은 7.7%에 불과했다. 최근 10년간 장기 복무를 지원한 군의관은 한 자릿수이며, 지난해에는 ‘0명’이었다. 경험이 풍부한 장기 군의관이 없다 보니 군에서는 군의관의 실력에 대한 불신도 늘고 있다. 특히 의료대란 속에 응급실에 투입됐던 군의관들이 의료 현장에서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평이 주를 이루며 이 같은 우려에 불을 지폈다.

당시 추미애 의원이 보건복지부와 국방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파견된 군의관 250명 가운데 25.6%에 해당하는 64명은 응급실에서 근무해본 적 없다는 이유 등으로 복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가운데 8명만 응급의학과 전문의였고, 기타과 99명, 정형외과 39명이었으며, 전문의 자격증이 없는 일반의도 38명에 달했다. 특히 우선 파견 인원 15명의 경우 한 명도 응급의료 경험이 없어 2명을 제외한 13명 전원이 복귀 의사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지난 2009년에는 박진 의원이 ‘국방의학원 설립법’을 발의해 추진됐지만 의료계 반발로 무산됐고, 올해 초에는 성일종 의원이 ‘국군의무사관학교 설립법’을 발의했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성 의원은 22대 국회에서도 법안을 발의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의무복무기간 15년은 군 위탁교육을 통한 군의관 양성이나 공중보건장학제도 등에 비해 현저히 길어 중간 탈락자가 속출할 것”이라며 “의료체계 개선과 의무장교 처우개선 등 인프라 구축과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군의관의 장기 복무 회피는 국방의대 설립에 앞서 가장 먼저 논의돼야 할 문제다. 의료계는 군 의료 이외 환경에서 의업에 종사하지 못하게 하지 않는 이상 국방의전원도 기본 취지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주수호 의협회장 후보는 최근 입장문을 내고 “현재 실시되고 있는 의대 군위탁생들의 문제를 보면 알 수 있다. 많은 위탁교육생들이 군진 의학 발전과는 거리가 있는 흔히 말하는 인기 과에 몰리고 있고, 정작 군 의료에서 필요한 외상 외과나 응급의학과 등은 기피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의대 군위탁생 제도는 장기 군의관 양성이라는 목적을 상실하고, 의대 진학의 편법적 루트로 악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감사원은 지난 2018년 군 보건의료체계 운영실태 특별점검 결과를 발표해 2011년 이후 의대 군위탁생과 의무복무 중인 장기군의관 6명이 심신장애를 이유로 조기 전역했고, 이들은 민간병원에 취업하는 등 의사로 직업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일례로 지난 2013년도 의대 군위탁생으로 선발돼 의학과에 편입학한 육군 소속 A 씨는 2016년 초 ‘전공상 확인서’를 제출한 후 공상자로 판정받아 학비를 반납하지 않았고, 조기 전역한 다음 날 민간병원에 취업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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