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독점과 금융규제가 현대 경제학의 단층선”

2025-08-27

현대 경제학에서 학자들마다 견해가 확연히 갈리는 분야는 ‘반독점’과 ‘금융규제’다. 인공지능(AI)의 성장 효과, 스테이블코인의 결제 비중 등 미래 의제에 대해서는 경제학자 다수가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부과 등 핵심정책에 대해서는 모두가 반대하고 있다고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경제학자들은 자유무역의 이점에 대해 거의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이들은 관세가 무역적자를 줄이는 데 실질적인 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오로지 자유무역만이 미국인들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노동통계청(BLS) 통계학자인 에리카 맥엔타퍼를 해고했을 때, 그는 아주 드문 일을 해냈다. 경제학자들을 일치단결시킨 것. 시카고 대학의 클라크 글로벌 마켓 센터 설문조사에서, 이 분야의 가장 저명한 전문가들 100%가 노동통계청의 편향 증거는 없다는 데 동의했다.

역사적으로 경제학자들은 많은 부분에서 서로 의견이 달랐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밝혔다. 18세기에는 고전 경제학자들이 중상주의자들과 다퉜다. 20세기 중반에는 케인스주의자들이 통화주의자들과 대립했다. 최근 수십 년간은 합리적 기대 이론·효율적 시장 옹호자들이 행동주의자들과 논쟁을 벌였다. 때로는 논쟁이 학계 내에 머물기도 하지만, 종종 최저임금, 부채 지속가능성, 통화정책 규칙에 대한 논쟁처럼 공공 영역으로 넘쳐 흐르기도 한다.

조지 버나드 쇼는 “모든 경제학자들을 일렬로 눕혀도, 결론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고 농담했다고 전해진다. 윈스턴 처칠은 어떤 사안에 대해 두 가지 의견을 원한다면, 경제학자 두 명을 한 방에 넣으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트럼프 시대는 전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경제학자들의 단결을 가져왔다. 백악관의 새로운 지침들은 분열성으로 유명한 전문가 집단의 집단적 분노를 불러왔다.

2011년부터 클라크 센터는 △가상화폐, △프래킹(fracking·수압파괴법. 셰일가스 추출기술), △불평등 같은 시사 문제에 대해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해왔다. 노동통계청에 대한 질문처럼 일부는 간단해 보일 수 있지만, 다른 것들은 더 까다롭다. 최근 설문조사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의 효과, △해외 원조가 국내총생산(GDP)의 성장을 높일 수 있는지, △기후변화가 금융 안정성을 위협하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이슈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그가 오기 전에도 경제학자들은 그들의 캐리커처가 과장해 보여주는 것보다 더 단결되어 있었다. 1/4 이상의 질문에서, 한 방향으로 의견을 밝힌 응답자들은 다른 응답자들과 같은 방향으로 기울었다. 질문 대부분에서, 10명 중 9명 이상이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관한 것이든, △중국과의 무역이 미국인들을 더 잘 살게 했는지에 관한 것이든 무역 정책에 대한 거의 모든 질문에서 경제학자들은 자유무역을 옹호한다. 그들 중 아무도 “(미국 내) 생산자들을 장려하기 위해 더 높은 수입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좋은 생각”이라는 진술에 동의하지 않았다. 경제학자들 가운데 소수만이 그러한 도구가 무역적자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금은 예상보다 논란이 적은 또 다른 뜨거운 감자이다. 피구세(Pigouvian tax. 시장 실패로 인한 환경오염 등 부정적 외부효과를 줄이기 위해, 그 원인을 발생시킨 경제주체에게 부과하는 세금)는 인기가 많다. 래퍼 곡선(Laffer curve. 세율이 너무 높으면 근로의욕이 상실되고, 이에 따라 세입이 줄어든다는 주장)은 그렇지 않다.

트럼프의 첫 임기 세금 감면 연장이 GDP를 의미 있게 끌어올릴 것이라고 생각한 경제학자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은 최고 한계세율을 39.6%로 복원하는 것이 성장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동의된 진술의 다음 목록은 종종 미국 대통령을 비난하는 목록처럼 읽힌다고 이코노미스트는 해석했다.

백신 접종 거부는 외부효과를 야기한다. 통화정책을 정치화하는 것은 어리석다. 국부펀드와 전략적 가상화폐 비축은 거의 쓸모가 없다. 고숙련 이민에 대한 금지 조치는 △미국의 연구개발 리더십을 앗아가고, △기업들을 해외로 내몰며, △평균적인 노동자들에게 해를 끼치고, △고용을 증진하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지지자는 이러한 상황을 보고 경제학이 순응주의적인 엘리트들이 지배하는 학문이라기보다 하나의 ‘길드(guild)’에 가깝다는 명백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경제학자가 미국 대통령에 대해 본능적 반감을 가졌다 해도, 이러한 비난은 사실을 설명하지 못한다. 이들 경제학자가 이자율 상한선이나 임대료 통제와 같은 전통적인 좌파 정책에 대해 회의적인 만큼이나, 자가 재정적 세금 감면과 같은 우파 정책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라는 사실을.

또한 전문가들이 “불평등 심화가 자유민주주의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데 동의하는 만큼, 토마 피케티의 “자본수익률이 경제 성장보다 빠르게 상승하기 때문에, 불평등이 심화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도 설명할 수 없다.

경제학자들은 확실히 자유시장에 대한 공동의 존중이 있다. 하지만, 이는 은행 구제금융과 혼잡통행료에 대한 지지를 수용할 만큼 미묘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 이것이 클라크 센터의 설문조사가 보여주는 불일치가, 합의보다 더 많은 것을 시사하는 이유이다.

반독점 정책은 한 가지 단층선이다. 경제학자들은 △미국 항공사 합병이 승인됐어야 하는지, △거대 기술 플랫폼이 해체되어야 하는지, △AI 기업들이 면밀한 조사를 받을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의견이 갈린다.

금융규제도 또 다른 불일치 지점이다. 금융시스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은행 중개기관을 포함해 전반적인 감독이 필요하다는 데는 경제학자들이 폭넓게 동의한다. 그러나 최적의 규제가 무엇인지 물으면 반대 의견이 빠르게 나타난다. 개별 은행의 자산 규모를 업계의 4%로 제한하면 미국인들이 더 잘살게 될까? 미국이 고객에게 제공되는 예금보험을 늘려야 할까? 이러한 질문에는 60%를 넘는 전문가들이 한쪽 편을 들지 못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불확실한 영역

관세나 이민 정책에는 없고, 반독점 및 규제에는 공통으로 있는 것은 무엇인가? 부분적인 답은 ‘상충 관계(trade-offs)’의 본질에 있다. 반독점 정책은, △시장지배력의 비용과 △규모의 효율성을 저울질한다. 금융규제는 △안정성과 △성장을 맞세운다.

반대로 △자유무역이나 △고숙련 이민의 순 효과는 더 명확하다. 무역과 이민에 대해서는 수십 년간 여러 국가에 걸친 방대한 증거가 있다. 반면 반독점 사례와 금융위기는 드물고, 특이하며, 일반화하기 어렵다. 따라서 은행 뱅크런이 진행되도록 두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아는 것보다, 관세의 효과를 측정하는 것이 더 쉽다. 경제학자들은 결국, 데이터가 허용하는 만큼만 확신할 수 있다.

이는 클라크 센터 설문조사에서 흥미로운 마지막 범주로 이어진다. 바로 경제학자들이 큰 불확실성을 보고하는 질문들이다. 여기에는 공통된 주제가 있는데, 바로 ‘새로움’이다.

△AI가 인터넷보다 1인당 GDP를 더 크게 증가시킬까? △스테이블코인이 10년 후 결제 흐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까? △민간 신용 시장의 성장이 시스템적 금융 위험을 증가시킬까? 경제학자들은 대통령에게는 기꺼이 반기를 들겠지만, 미래에 대해서는 쉽게 예측하려 하지 않는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권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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