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시대 초나라의 시인 굴원(屈原·BC 340~278)이 지었다고 전하는 ‘어부사’에는 “머리를 감은 사람은 반드시 갓을 털어 쓰고, 몸을 씻은 사람은 옷을 털어 입는다. 어찌 깨끗한 몸으로 세속의 먼지를 뒤집어쓰겠는가!”라는 구절이 있다. 불의에 물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은 말이다.
옛 현인들은 불의의 덫에 걸려 몸을 욕되게 하는 것을 가장 추하게 여겼다. 그래서 자신의 자리에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다가도 ‘아니다’ 싶으면 문득 멈추고서 그 자리를 떠났다. 스스로 욕됨을 자초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현인이 자리를 떠나면 당분간 세상은 더 어지러워질 수 있지만 얼마 후엔 오히려 더 맑아진다. 욕심내지 않고 자리를 떠나는 맑고 정의로운 가치관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단막단어구득(短莫短於苟得)’이란 말이 있다. ‘생명력이 짧기로는 구차하게 얻은 것보다 짧은 것이 없다’는 뜻이다. 권력이든 돈이든 사람답지 못한 방법으로 구차하게 얻은 것은 금세 사라지고 욕됨만 남는다.
구차함은 안 되는 일인 줄을 뻔히 알면서도 애써 욕심을 부리는 데에서 싹튼다. “안 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 이제는 후회해도 어쩔 수 없어요.” 50년 전에 크게 히트했던 대중가요의 후렴구이다. 음미할 만한 명언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