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남자축구대표팀을 이끄는 제시 마쉬 감독(51)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공개 비판한 이후 경험한 일화를 공개했다. 마쉬 감독은 “약 50명에게 경고를 들었다”며 “미국 사회의 현실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마쉬 감독은 31일 ‘디애슬레틱’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자’는 발언을 한 직후 이를 비판하며 “불쾌하고 모욕적이며, 터무니없는 수사와 오만은 멈춰야 한다고 반박한 뒤 지인들로부터 수차례 “조심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며 ”처음엔 웃어넘겼지만, “50번째로 같은 말을 들었을 때는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고 밝혔다.
마쉬 감독은 “한두 명이 아닌 50명에게 같은 말을 듣는다는 건 미국 내 분위기가 얼마나 비정상적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단지 의견을 밝혔다는 이유로 위협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지난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 네이션스리그 결선에서 나왔다. 캐나다는 3·4위 결정전에서 미국을 2-1로 꺾고 3위를 차지했다. 마쉬 감독은 대회 전·후 기자회견에서도 트럼프 관련 발언에 대한 입장을 유지했다. 그는 “내가 단지 축구감독이기에 트럼프가 신경 쓰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캐나다를 위해 목소리를 낸 점은 많은 이들이 알아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가 정치적 활동을 하려는 건 아니다”면서도 “캐나다를 대표하고 있는 선수들과 공동체가 부당하게 취급받고 있다면, 미국인으로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북미 스포츠계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2월 몬트리올에서 열린 북미 4개국 아이스하키 대회에서는 캐나다 팬들이 미국 국가 연주 도중 야유를 보냈고, 이후 보스턴에서 열린 결승전에서는 캐나다가 3-2로 미국에 설욕했다. 마쉬 감독은 “정치적 분위기가 경기의 의미를 더욱 민감하게 만들고 있다”며 “이런 긴장이 향후 2026 북중미 월드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캐나다는 미국, 멕시코와 함께 2026년 FIFA 월드컵 공동 개최국이다. 마쉬 감독은 “매일 새로운 뉴스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무엇이 최선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면서도 “결국 내가 해야 할 일은 팀을 위해 집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쉬 감독은 2024년 5월 캐나다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과거 미국프로축구(MLS) 몬트리올 임팩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즈 유나이티드 등을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