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제2차(경북) 유림단 사건 재판 결과

2025-03-15

일제강점기 변호사의 사회적 지위는 상당히 높았다. 일제의 법률을 공부하여 관련 자격을 땄기 때문에 경찰도 함부로 폭행이나 구금을 하기 어려운 존재였다. 변호사에게는 일반 사회운동가들에게 허용되지 않는 관청과의 접촉도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일본 법률은 무조건 조선 민족을 억압하는 측면만 가진 것이 아니고 일본 본토의 국민에게도 적용되는 것으로서 그 안에 검찰·경찰 권력 남용의 견제, 인권 옹호라는 가치를 담고 있었기에 변호사들은 일본 법률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독립운동을 변호할 수 있었다. 조선인 변호사들은 일제의 법률을 통해 조선인 형사피의자들인 독립운동가를 변호하는 법적 투쟁을 하였다. 또한 변호사들은 독립운동이나 사회운동 사건에 대해서는 무료 변론을 하기도 했다. 그 결과 조선의 민족적 변호사들은 피고인에 대한 요식적 변호 행위로 끝나지 않고 변호사의 지위를 이용하여 피고인들의 독립운동 또는 사회운동을 적극 변론하며 무죄를 역설하고 조선 독립의 대의를 미묘한 방식으로 역설하면서 법정을 치열한 공방이 오가는 투쟁의 장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이러한 법정의 갈등은 당시 신문 보도를 통해 생중계하듯이 조선사회에 전파되면서 독립운동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했다.

제2차 유림단 사건은 김창숙이 체포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판이 진행되어 형량은 높지 않았다. 대구지방법원 예심은 1927년 1월 21일과 7월 9일 두 차례 있었다. 손후익의 부친 손진인은 1927년 1월 21일 예심 판결에서 면소 판결을 받아 처벌받지 않았다. 해를 넘겨 1심 판결은 1927년 3월 29일 있었다. 가장 형량이 많은 사람은 송영우와 김화식으로 징역 각 3년, 미결일수 50일 통산 5년 구형을 받았다.

2월 10일 첫 번째 공판에는 보석 중이었던 김동식, 홍종철, 손후익도 출정하였다. 이로 보면 이들은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하였던 것 같다. 3월 15일 두 번째 공판에서 손후익은 아직 상투를 하고 있어 과연 유생다운 점잖은 태도로 김창숙을 만나보고 자금모집을 제한 외에는 될 수 있는 대로 도와주었다는 것을 일일이 거침없이 답변하였다.

세 번째 공판인 3월 17일 검사는 피고들이 사실을 부인하는 것이 많지만 여러 가지로 보아 증거가 충분하다고 보고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수령은 김창숙, 참모는 송영호·김화식·손후익·이종흠으로, 나머지는 참모의 지시를 받아 활동한 것으로 보았다. 역할에 따라 검사는 구형하였다.

▲각 5년 송영호·김화식 ▲각 3년 손후익·이종홈·이영노 ▲각 2년 이우락·이동락·이영로 ▲각 1년 김창탁·이원태 ▲각 8개월 김동식·홍순철

손후익의 처남 정수기는 김창숙과 같이 1928년 11월 28일 대구복심형사부에서 판결을 받았다. 울산지역 인물의 형량은 다음과 같다.

재판 결과, 이우락과 손후익, 이재락은 집행유예로 석방되어 옥고를 치르지는 않았지만, 재판으로 인한 고초는 깊었다. 공판정 사진에서 보듯 손후익의 얼굴은 다른 사람과 달리 매우 검은 색이다. 그만큼 그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제2차 유림단 사건은 1925년부터 1927년 사이 북경과 서울, 그리고 특히 경남·북지방을 중심으로 전개된 유림들의 해외 독립운동 기지 건설을 위한 군자금 모집 운동 및 독립투쟁 사건이었다. 김창숙이 모금한 자금 3350원으로 황무지를 사서 개간하기에는 부족했다. 김창숙은 중국으로 떠나기 전 3월 3일 동래 범어사 금강암에서 정수기·이재락·손후익과 만나 다수의 폭탄과 권총을 구입하여 모험 행동에 숙련된 의열단원의 결사대 손에 직접 전해 주어 왜정의 각 기관을 파괴하고 친일의 여러 부자를 박멸하여 이로써 우리 국내의 민의(民意)를 고무하고자 계획하였다. 유림단이 모금한 자금은 1926년 12월 238일 의열단원 나석주의 식산은행과 동양척식주식회사 폭탄 투척 사건으로 이어졌다. 유림의 독립운동 세력이 의열투쟁으로 전환하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이병길 작가, 지역사 연구가, 항일독립운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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