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이 국내 기업들의 해외 매출 성장을 이끄는 1등 공신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외 인플루언서들과 함께 만든 마케팅 홍보 영상이 비약적인 매출 상승 및 인지도 개선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뷰티·식음료 등 일부 업종의 기업이 관심을 보였던 과거와 다르게 정보기술(IT), 금융, 전통 제조업 등의 대기업들도 일제히 관련 예산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숏폼 전문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숏뜨에 따르면 올해 들어 기업들의 맞춤형 광고 및 캠페인 제작 문의 건수는 전년 대비 약 5배 늘었다. 윤상수 숏뜨 대표는 “기업들은 보통 마케팅 예산을 연초에 책정하는데 올해 들어 숏폼 관련 예산을 지난해에 비해 대폭 올리려는 곳이 상당수”라며 “뷰티와 식품 업종은 물론 금융, 자동차, 전통 제조업 등 다양한 산업의 대기업들이 협업을 제안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도 주목할 만하다”고 전했다. 실제 숏뜨는 삼성전자·나이키·현대자동차·롯데·신한은행·동아제약·SK에너지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기업들이 이처럼 앞다퉈 숏폼 에이전시에 구애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검증된 마케팅 효과 때문이다. 북미 지역에서 선풍적 인기를 누린 ‘불닭볶음면’처럼 본인들이 속한 산업에서 제 2의 성공 신화를 쓰겠다는 의도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SSD 캠페인’을 펼쳤다. SSD 카드를 설치하거나 교체만 해도 새 노트북을 구입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목표였다. SSD 업그레이드가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주제일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베트남 출신 테크 크리에이터와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대폭 도입한 스토리텔링 영상을 제작했다. 메인 필름 영상은 단일 영상 조회 수 1억 뷰를 돌파했고 전체 캠페인 콘텐츠 누적 조회 수는 34억 뷰를 달성했다.
숏뜨 관계자는 “콘텐츠 제작에 참여했던 크리에이터와 함께 현지 삼성스토어에서 쇼핑 라이브 스트리밍 이벤트도 진행했다”며 “반도체 제품으로서는 처음 실시한 라이브였음에도 15분 만에 메인 제품이 1차 품절되고 3시간 동안 동시 접속자가 1400명(1.4K)을 유지할 정도로 기록적인 매출을 올렸다”고 소개했다.
삼성전자는 앞서 ‘비스포크 큐커’ 틱톡 챌린지를 통해 해당 제품의 4 인(in) 1 기능을 경험해볼 수 있는 숏폼 크리에이티브 콘텐츠를 제작해 6140만 뷰와 9400개의 연관 영상이 생성되는 효과를 누리기도 했다.
농심은 지난해 9월 신라면 글로벌 캠페인을 펼친 결과 총 조회 수가 3억 7000만 회를 넘어서는 성과를 거뒀다. 라면 문화에 익숙한 동남아 지역에서는 신라면 볶음면을, 실험적인 라면 레시피에 관심이 많은 영국·독일·사우디아라비아 등 유럽과 중동에서는 신라면을 소개한 것이 주효했다.
다른 대기업들도 숏츠 콘텐츠를 적극 활용하려는 모습이다. 현대차는 가장 먼저 숏폼 광고를 활용한 기업 중 하나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BTS와 함께한 챌린지에 프랑스·인도네시아·멕시코 등 전 세계 인플루언서들이 힘을 보탠 결과 누적 기준 99억 뷰를 달성하기도 했다.
국내 기업들의 이러한 시도는 앞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전 세계적으로 숏폼 시장이 급성장 추세이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2023년 크리에이터(인플루언서) 경제는 2500억 달러(약 368조 원) 규모로 파악되지만 2027년에는 4800억 달러(약 707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골드만삭스는 2022년부터 2027년까지 인스타그램 릴스는 매년 63%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유튜브 쇼츠의 연평균 성장률은 98%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