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침체한 건설경기를 살리기 위해 공공공사의 공사비 수준을 높인다. 또 민간투자 사업 활성화를 위해 공사비 급등기의 물가를 추가로 반영하고, 신규사업도 적극 발굴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23일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와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건설산업 활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 3월 내놓은 ‘건설경기 회복지원’ 중 공공 공사비 현실화에 초점을 맞춰 내용을 구체화한 것이다.
올해 3분기 건설투자는 전분기 대비 3.6%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3.8%)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특히 올해 들어 부도가 난 건설업체 중 80% 이상이 지방에 위치한 만큼 중소 건설사들의 경영난은 심각하다. 이러한 가운데 공공공사 공사비 수준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영종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사업(2928억 원)', '서울시 대심도 빗물터널(1조 2052억 원)' 등 사업이 유찰을 거듭한 바 있다.
먼저 공공 부문에서 공공 공사비 현실화와 민자사업 활성화를 통해 공공투자를 확대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공사비 할증이 가능한 공사비 산정기준을 시공여건에 맞게 신설·세분화한다. 예로 위험도가 높은 지하 3층 공사부터는 기존 공사비의 1.4배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1989년부터 30여 년 간 고정돼있는 일반관리비 상한 요율도 1~2%포인트 상향 조정한다. 일반관리비는 현장 지원을 위해 필요한 본사 임직원의 급여와 운반비, 공과금 등을 뜻한다.
일반관리비는 순공사비에 일정비율을 반영해 산정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총 공사비 50억 원 미만 공사의 현행 일반관리비 상한 요율은 6%, 50억~300억 원 공사는 5.5%다.
이를 각각 8%, 6.5%로 높이는 게 이번 대책의 핵심이다. 이 경우 50억 원 미만 공사(순공사비 100억 원)를 수행하는 사업자가 받을 수 있는 일반관리비는 6억 원에서 8억 원으로 늘어난다.
현재 80%대 초중반 수준으로 형성된 공공공사 낙찰가율도 최대 3.3%포인트 상향을 유도한다. 낙찰가율은 입찰 시 정부의 발주 금액 대비 최종 낙찰된 계약 금액의 비율을 뜻한다.
이를 위해 공종별 단가심사 범위를 1~3%포인트 축소한다. 기존에는 기준 단가보다 15% 이상 낮은 금액을 써내면 감점을 줬는데, 앞으로는 최대 12% 낮은 금액을 써내도 감점 요인이 된다.
물가반영 기준도 합리화한다. 현재는 공사 발주 전 총사업비 물가보정 협의 시 건설공사비지수와 GDP 디플레이터 중 낮은 값을 적용한다. 그러나 앞으로는 기본적으로 GDP 디플레이터를 적용하고, 양 지수의 증가율 차이가 4%포인트 이상 벌어지면 평균값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밖에 정부는 2021~2022년 공사비 급등기의 물가가 사업비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물가특례’를 국토부 민자사업 11건에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양재~고양 지하고속도로, 부산 사상~해운대 고속도로 등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현재 민자 법인이 운영 중인 평택~시흥, 제2용인~서울 등 도로에 대한 개량 등 신규사업도 적극 발굴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대책을 반영하면 공사 규모별로 공사비가 2.3%~6.5% 상승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예로 200억 원 규모의 청사건립 공사비는 213억 원으로 6.5% 인상될 전망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민생 경기, 지역경제와 밀접한 건설산업의 활력 제고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정부와 민간이 소통하고 합심해 건설산업이 직면한 애로를 해소하고 건설경기가 조기 회복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