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은 했나?”…오키나와 미군 성범죄 재판서 불거진 ‘2차 가해’ 논란

2024-10-22

일본 오키나와에서 16세 소녀와의 ‘부동의성교’(不同意性交) 혐의 등으로 기소된 오키나와 주둔 미군 병사에 대한 재판에서 피해자, 가해자를 한 재판정에 세워 ‘저항의 유무’를 캐물은 것을 두고 “성피해에 대한 이해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난 8월 나하지방재판소(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재판부, 검찰, 피고인측 변호사 모두 피해자를 상대로 사건 당시 저항을 했는 지에 대해 캐물었다. 검찰 측은 “저항이랄까, 행동이랄까 뭔가를 했냐고”고 심문했고, 미군 변호사는 “손으로 뭔가를 저항할 생각은 없었냐”고 물었다. 재판부도 “저항을 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냐”는 질문을 던졌다.

피해자는 “이유는 특별이 없었다”고 대답하면서도 상당히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사히는 “대답을 하려다 (말이) 끊기기 일쑤였고 호흡을 힘들어해 재판장이 ‘괜찮으냐’고 묻기도 했다”고 전했다.

일본의 이전 법률에서 강제성교죄는 피해자의 저항이 없었을 경우 그것을 ‘현저히 곤란하게 한’ 상황이 입증되어야 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 때문에 재판에서는 피해자가 격렬하게 저항했는지, 저항하지 못한 이유를 따져 피해자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때문에 “공포나 경악 등으로 싫다는 의사를 표시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는 내용의 법률 개정이 이뤄졌고 “의사에 반하는 성적행위를 처벌하는 ‘부동의성교죄’”가 명시돼 2023년 시행됐다.

하지만 이번 재판은 법률 개정에도 불구하고 저항의 유무를 따지는 관행이 일본 법조계에 여전함을 보여줬다. 여성사 연구자인 미야기 하루미씨는 아사히에 “형법 개정으로 성피해에 대한 이해가 진전됐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재판에서 저항에 대해 묻고 있다”며 “법조계도 사회도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것에 낙담했다”고 말했다.

아사히는 당시 재판 상황도 피해자를 배려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법정 밖에서 음성이나 영상으로 연결하는 방법이 있지만 피고인과 같은 공간에 동석하도록 했다. 심문은 통역시간을 포함해 5시간 정도 진행됐다고 한다.

1972∼2023년 오키나와에서 미군 검거로 이어진 사건은 6235건이 있었고 이중 살인, 부동의성교, 강간 등의 흉악 사건은 586건이 발생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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