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존 세계 최강으로 불리는 전투기는 미국 록히드마틴社과 보잉社이 공동 제작한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다. 지난 2007년 1월 미국 알래스카 진행된 합동군사훈련 모의 공중전에서 F-22A 1대가 대항기로 나선 F-15, F-16 전투기 144대를 모두 격추시키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면서 공중전의 제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당 가격이 4370억 원을 호가해 미국도 195대 밖에 보유하지 못하는 최첨단 고성능 전투기로, 해외 판매를 금지할 정도로 미국이 애지중지하고 전략 자산이다.
세계 최초의 5세대 전투기 F-22 랩터는 1997년 9월 7일 첫 비행 이후 2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성능이 비밀로 베일에 가려져 있다. 심지어 미 의회는 지난 1998년 F-22기의 해외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까지 통과시켰다. 실제 2011년 생산을 끝냈고 단 한 대도 수출하지 않았다. 전략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최첨단 무기라는 의미다. 미국이 F-22 랩터를 자신들만 소유하는 유일한 스텔스 전투기로 남긴 까닭은 무엇일까. 바꿔 생각해보면 이 물음에 대답이 바로 해외 판매 금지 이유라고 할 수 있다.
F-22는 알려지지 않은 여러 성능이 있지만 공중전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세 가지 핵심 비밀이 있다.
우선 기존 항공 상식과 전투기 조종 경험을 모두 깨는 기동성이 뛰어난 ‘전투기형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1900년대 후반에 등장한 첫 첨단전술전투기(ATF·Advanced Tactical Fighter)로 명성을 갖고 있는 것처럼 ‘ATF’는 기동성이 뛰어난 전투기형 플랫폼에 스텔스 성능을 탑재한 최초의 항공기다. ATF는 뛰어난 기동성과 스텔스 성능, 멀리 떨어진 적 전투기를 탐지할 수 있는 능력 등을 충족해야 한다.
2011년 195번째 기체를 생산 후 중단
특히 최초이자 최고의 전투기로 불리는 ‘3S’ 요소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3S는 Stealth(스텔스), Speed(속도), Sensor fusion(센서통합) 기능이다. 5세대 전투기가 가져야 할 최고의 덕목을 최초이자 현재 유일하게 완벽하게 장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23년 10월 17일부터 성남 서울공항에서 진행된 ‘서울 국제항공우주·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3’ 에어쇼에서 시험 비행으로 중력과 항공 상식을 거스르는 고기동 시범으로 한국 언론으로부터 호평이 쏟아졌다다. F-22는 이륙 직후 초고속으로 수직 상승하고 코브라처럼 기수(機首)를 치켜세운 뒤 비행하는 ‘코브라 기동’ 등을 선보여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다.
1990년대 개발됐는데도 혁명적인 기술 수준을 과시해 ‘외계인을 고문해 만든 전투기’라는 별명을 얻었다. F-22가 이런 별명을 갖게 된 데엔 레이더에 작은 곤충 크기로 잡히는 스텔스 성능과 함께 놀랍고 뛰어난 기동성 덕분이다. 당시 시범비행을 지켜본 전투기 조종사 출신 한 예비역 공군장성은 “그동안 내가 배운 항공상식과 전투기 조종 경험을 모두 깨는 충격적인 전투기”라고 평가했다.
저익하중(날개 면적 대비 가벼운 기체), 공력 설계(공기 흐름을 최적화한 외형), 추력편향 엔진(배기구 방향을 움직여 기체 조종), 평판 노즐(납작한 배기구로 스텔스 성능 강화) 조합으로 ‘슈퍼매뉴버빌리티(초월적 기동성)’를 구현할 수 있다. 이런 성능을 갖춘 배경에는 동급으로 분류되는 F-35A ‘라이트닝’ 전투기가 엔진이 한 개인 것과 달리 F-22는 엔진이 두 개가 장착됐기 때문이다.


F-22가 최강 명성이 따라다니는 강점은 스텔스 기능이 다소 약해져도 무장을 최대화할 수 있는 설계다.
F-22는 내부 무장창에 ‘AIM-9X 사이드와인더’ 2발과 ‘AIM-120 암람’ 6발을 탑재하면서 스텔스를 유지하고 있다. 중요한 대목은 작전에 따라 필요하면 외부 파일런 4개에 미사일을 최대 8발을 추가하는 게 가능하다. 하드포인트당 2270㎏까지 버틴다. 여러 개의 이젝터 랙을 사용하면 F-22는 합동정밀직격탄(JDAM) 등 공대지미사일과 GBU-39폭탄, AIM-120암람을 최대 8발을 더 장착할 수 있다.
다만 이 구성은 스텔스 성능을 크게 떨어뜨린다. 스텔스 성능이 약화될 수 있지만 미 공군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다. 방산업계는 이를 ‘비스트 모드’라고 부른다. 현존 최고의 스텔스 기능을 갖춘 덕분에 100% 스텔스 성능이 아니더라도 작전 수행에 문제가 없다는 게 미 공군의 평가다.
실제 F-22는 ‘아이언 볼’ 이라는 핵심 스텔스 기능은 적 레이더에 잡히지 않고 만약 포착이 되더라도 적의 추적도 쉽게 회피할 수 있다. F-15, F-16 전투기 144대와의 모의 공중전에서도 F-22는 대항기보다 훨씬 먼거리에서 공격을 할 수 있었던 반면 대항기들은 F-22의 접근 사실조차 모른채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게다가 F-22는 애프터 버너(재연소) 없이 마하 1.5 정도 수준의 초음속 순항을 할 수 있는 ‘슈퍼 크루징’ 이 가능한 유일한 전투기라 기동성에서 단연 최고다.
약화된 스텔스 기능 보완을 위해 F-22는 AESA(능동형 전자주사식 위상배열)인 AN/APG-77레이더의 모듈이 2000여개나 장착돼 적 보다 훨씬 먼거리에서 공격을 할 수 있어 적 전투기는 F-22의 접근 사실조차 모른채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된다.
은밀하고 조용한 스텔스 기술 결정체
세 번째 비밀을 꼽는다면 공중전에서 적 전투기를 철저히 제압해 제공권을 장악할 수 있는 능력이다.
세 번 바뀐 제식명을 봐도 알 수 있다. F-22는 1997년 처음 공개됐다. 2002년 미 국방부는 지상공격 능력을 부각하기 위해 제식명에 A(Attack·공격)를 추가해 F/A-22로 변경했다. 하지만 본래 임무는 제공권 장악이다. 지상공격은 보조적 기능에 불과해 2005년부터는 다시 F-22A로 명칭을 바꿨다. 여기서 A는 초도 생산형(Initial production variant)을 의미했다. B형이나 C형은 생산되지 않았다.
F-22 실전 능력 검정은 지난 2014년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수니파 무장 세력인 ‘이슬람국가’(IS)를 240 차례 이상의 정밀공습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시리아에서는 F-22 단독으로 ‘합동정밀직격탄’(GBU-32 JDAM)과 ‘SDB GBU-39’ 소형 정밀폭탄 등을 이용해 IS지휘소 등 핵심 시설을 정밀 타격해 세계 최강 전투기로서의 능력을 십분 발휘했다.
앞서 2023년 2월엔 미 본토와 알래스카주, 캐나다 상공에 출현한 중국 풍선과 미확인 풍선들을 격추해 관심을 끌었다. 당시 F-22는 고도 17.7㎞에서 AIM-9X 사이드와인더 공대공(空對空) 미사일을 발사해 고도 19.8㎞의 중국 풍선을 격추했다. 이는 F-22가 실전 배치된 지 18년만의 첫 공대공 실전 기록이자 사상 가장 높은 고도에서 이뤄진 격추 기록이다.
‘랩터’라는 이름은 흔히 영화 ‘쥬라기 공원’에 나오는 공룡 ‘벨로시랩터’에서 따온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실제는 독수리나 매 같은 맹금(육식조)을 의미한다. 전통저그로 미 공군은 F-15 이글(독수리), F-16 파이팅 팰컨(매)처럼 맹금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