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은 2025년, 하지만 KBS의 드라마는 2010년대 어쩌면 2000년대에 머물러있는지도 모르겠다.
2025년 KBS 드라마의 성적은 ‘한숨’ 그 자체다. 주중 미니시리즈의 한 축을 잡고 있던 월화극은 재개될 조짐도 보이지 않고 있고, 시트콤으로 옷을 바꿔 입은 수목극은 ‘연전연패’다. 거기에 앞으로 편성될 작품은 일찍부터 논란으로 상처를 입었다.
전통적인 강세의 주말극이 그나마 체면치레를 하고 있지만, 이는 2000년대도 2010년대에도 있었던 그림이다. 과연 2025년 KBS 드라마에는 앞으로를 제시할 비전이 들어있는가. 지금의 부진에는 당분간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KBS2에서 현재 방송 중인 주력은 수목극과 주말극이다. 현재 방송 중인 수목극은 지난달 19일부터 방송 중인 ‘빌런의 나라’다. 30분물 24부작으로, 월요일과 화요일 하루 각 2회씩 주에 총 4회가 공개되는 편성이다.
3월19일 그나마 2.7%(이하 닐슨 코리아 전국 가구기준 집계)에서 시작해 체면치레를 했던 작품은 갈수록 시청률이 우하향했다. 지난 3일 급기야 1.3%의 최저시청률을 찍은 작품은 이후에도 1% 중반대에서 헤매고 있다. 이는 0%대 평균을 기록했던 전작 ‘킥킥킥킥’에 비해서는 나은 성적이지만, 지금 KBS가 2TV 수목극의 1%대 시청률에 만족할 거라고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듯하다.
오나라와 소유진을 앞세워 가모장적 집안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고뭉치 가족들의 일화를 다룬 작품은 반등의 기회를 못 보고 있다. ‘극성스러운 아내’와 ‘소심한 남편’이 주를 이루는 단선적인 서사와 고생은 하고 있지만, 과장을 벗어나지 못한 배우들의 연기는 코미디에서마저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스케치’ 장르가 유행하는 지금의 흐름과 정반대다.

결국 수목극의 어려움을 시트콤 장르로 벗어나보려 했던 KBS의 시도는 시대착오적이라는 오명만 쓴 채 끝날 공산이 커졌다. ‘킥킥킥킥’은 허무함의 연속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사라졌고, 이를 만회하려던 ‘빌런의 나라’도 1%대에서 마무리될 분위기다.
그렇다고 뒤의 작품이 희망을 주는 것도 아니다. KBS는 ‘빌런의 나라’의 차차기작으로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를 6월11일부터 편성한다. 작품은 황도톨 작가의 동명 인기 웹소설 원작으로 판타지와 사극을 가미한 소재와 서현, 옥택연을 캐스팅하는 등 공을 들였다. 모처럼 KBS가 지금 드라마 유행 제작 패턴을 이어가는 작품으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연초 촬영장에서 벌어진 문화재 훼손 논란은 방송도 되지 않은 작품에 큰 상처를 남겼다. 경북 안동 병산서원에서 촬영한 제작진은 목조건물에 못을 박아 소품을 걸었고 이는 건축가 민서홍씨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으로 퍼져 논란이 됐다.

촬영현장에서 안동시 등의 허가를 받았다고 적반하장식의 논리를 펴던 제작진은 KBS의 담당 CP(책임 프로듀서) 등이 내려가는 대대적인 조사 끝에 사과에 나섰고, 결국 소품팀 3명이 검찰에 송치되고 말았다. KBS는 병산서원 촬영분량 전부를 폐기하기로 하는 등, 드라마는 편성도 전부터 논란으로 점철됐다.
이렇게 대중에게 비호감으로 알려진 작품의 흥행여부도 현재로선 속단할 수 없다. 게다가 6월은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 3’를 공개하는 등 각 채널이 여름 휴가철에 앞서 주력작품들을 선보이는 시기라 흥행을 장담하기 힘들다. 이런 분위기에서 결국 KBS는 전통적으로 인기가 있었던 주말극에 기대를 거는 수밖에 없다.
KBS2 주말극 ‘독수리 오형제를 부탁해’는 20% 시청률을 넘보고 있지만, KBS2의 주말극 강세는 유행의 흐름에 무관한 편이었다. 과연 주말극의 강세를 KBS의 변화나 혁신의 증거로 판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KBS의 입장에서는 당장 30일 ‘빌런의 나라’ 후속작으로 방송될 ‘24시 헬스클럽’이 위안을 준다. 드라마 ‘가우스전자’를 연출한 박준수 감독과 ‘산후조리원’의 대본을 쓴 김지수 작가의 작품인 ‘24시 헬스클럽’은 피트니스 열풍에 따라 헬스에 젬병인 여주인공과 헬스클럽 관장 사이의 ‘근성장 로맨스’를 표방하고 있다.
이준영과 정은지가 호흡을 맞추는데 이준영은 넷플릭스 ‘멜로무비’에 이어 최근 막을 내린 ‘폭싹 속았수다’에서 양금영(아이유)의 첫 번째 남자친구 박영범 역으로 나와 이름을 많이 알렸다. 이전보다 얼굴이 널리 알려진 상황에서 등장하는 ‘24시 헬스클럽’은 방송사에도 다소 안도감을 안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