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본으로 건설한 인도네시아 고속철도가 개통 2년 만에 심각한 적자 상황에 직면하는 바람에 인도네시아 정부가중국과 채무 구조조정 논의에 들어갔다고 1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2023년 10월 개통한 인도네시아 고속철도 ‘후쉬’는 중국이 동남아 지역에서 처음으로 완공한 고속철도다. 수도 자카르타와 제 3의 도시 반둥을 잇는 140㎞구간을 최고 시속 350km로 달린다. 후쉬가 개통되면서 차량으로 3시간이 걸리던 거리의 이동시간은 40분으로 대폭 줄었다. 운영사인 인도네시아중국고속철도(KCIC)의 지분은 국영철도회사(KAI) 등 인도네시아의 국영기업연합과 중국계 기업이 6대 4의 지분으로 나눠갖고 있다. 일본도 인도네시아 고속철도 건설에 관심을 보였지만, 인도네시아 정부는 사업비 전액 융자를 제안한 중국을 택했다.
후쉬는 하루에 5만~7만6000명의 승객을 운송할 수 있을 거라고 예측됐다. 그 수익으로 중국에서 빌린 돈도 갚을 수 있다는 타산이 섰다. 그러나 실제 개통 결과는 이런 예측치에 턱없이 못 미쳤다. 승객수은 평일 1만6000~1만8000명, 주말 1만8000~2만1000명에 그쳐 예상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주요 정차역이 도심에서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고, 운행 구간이 140㎞에 불과한 것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2019년 완공을 목표로 60억 달러(약 8조 5000억원)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던 총사업비 역시 72억 달러(약 10조 20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 가운데 75%인 54억 달러(약 7조 7000억원)는 중국개발은행(CDB) 대출로 충당한 것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운임료와 평균일일 승객수를 바탕으로 추산한 후쉬의 연간 매출은 약 1억 1000만 달러(약 1500억원)다. 연간 이자비용 약 1억 2000만 달러(약 1700억원)를 갚기에도 역부족인 매출이다.

여기다 운영사인 KCIC의 지분 60%를 가진 국영기업연합의 부채만 해도 18조 9348억 루피아(약 1조 6000억원, 올해 6월말 기준)에 달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부채 상환을 위한 국비 투입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인도네시아 현지에서도 “(후쉬의 재무 악화는) 바로 시한폭탄과 같다”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인도네시아 정부 측은 중국과 벌이는 부채 재조정 협상에 대해 “채무 불이행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중국에 고속철도 건설을 맡겼다가 낭패를 보는 나라는 인도네시아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등도 중국 자본과 연계해 새로운 고속철을 건설하거나 기존 철도를 고속철로 개량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어서다. 동남아에서 중국 자본이 참여하는 철도 사업이 활발한 이유는 동남아 지역 주요 항만까지 물류 인프라를 확보하려는 중국의 의도와 고속철을 바탕으로 경제발전을 이루려는 각국의 계산이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그러나 재무적 안정성 때문에 중국과 맺은 약속은 믿을 게 되지 못한다고 한다. 호주 싱크탱크 로위연구소에 따르면 2015~2021년 사이 중국이 해외에 공여 등을 약속한 금액의 60% 이상인 547억 달러(약 78조 1000억원)가 실제로는 이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중국이 해당 국가의 정치적 혼란을 이유로 집행을 늦추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