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프리미어12 대표팀 감독은 대회 개막을 앞두고 최선의 선발 라인업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1번 타순만큼은 고민이 없다. 진작 주인이 정해졌기 때문이다. LG 홍창기(31)가 이 자리를 맡는다.
홍창기는 소속팀 LG에서도 붙박이 1번 자리를 차지했다. 올시즌 139경기에서 타율 0.336 5홈런 73타점 출루율 0.447 등을 기록했다.
출루율 부문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이 부문 타이틀을 차지했다. 개인적으로는 2021년(0.456)에 이어 세번째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그만큼 출루에 있어서는 전문가다.
프로 데뷔 처음으로 출전하는 성인 대표팀에서 홍창기는 ‘출루 악마’로서의 면모를 뽐내겠다는 각오다.
쿠바와의 연습경기에서 1번 타자로서 제 역할을 잘 했다. 2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쳤고 볼넷도 경기당 하나씩 얻어냈다.
그러나 홍창기는 “현재 선수단에서 누가 1번으로 나가도 이상하지 않다”라며 “1번으로 나가는 것 자체는 좋긴 하지만 8번이든 9번이든 하위 타선을 가더라도 아무 상관없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일단 홍창기가 주력해야하는 건 안타든, 볼넷이든 출루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제 대회에서는 다른 점이 있다.
올시즌 KBO리그에서는 자동 볼 판정 시스템인 ABS가 도입됐다. 리그를 진행하면서 타자들은 ABS 맞춤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적응을 마쳤다.
그런데 국제 대회에서는 ABS가 없다. 실제로 쿠바와의 경기에서는 이른바 포수의 ‘미트질’로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는 공도 더러 있었다.
홍창기도 경기를 하면서 직접 느꼈다. 그는 “볼이라고 생각했던게 스트라이크가 되거나 스트라이크가 볼이 된 게 쿠바와 경기를 할 때 있었다”라고 떠올렸다.
그러면서도 “정규시즌과 똑같이 하려고 한다”라며 “국제 대회를 하면 KBO리그보다 스트라이크 존이 클 때도 있고 작을 때도 있다더라. 심판마다 다르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처를 하려고 한다”고 계획을 밝혔다.
스트라이크 존에 적응하기 위해 신경을 쓰기 보다는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로 했다. 홍창기는 “장단점이 다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신의 출루 능력이 국제 무대에서는 어떻게 적용이 될 지도 궁금하다. 홍창기는 “내가 보지 못한 투수들을 많이 상대하게 될텐데 그 선수들에게 어떻게 대응을 할 수 있을지, 반응할 수 있을지를 실험해보고 싶다”며 “내가 어떻게 대처가 잘 될지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라고 했다.
1993년생인 홍창기는 20대 젊은 선수들이 즐비한 대표팀에서 중고참에 속한다. SSG 박성한은 홍창기에게 조언을 종종 구한다고 했다.
홍창기는 반대로 동생들에게 배우는게 많다. 그는 “타격할 때 뒤에서 준비하면서 동생들이 어떻게 치는지 물어본다”라며 “동생들도 나에게 비슷한 걸 묻곤 한다. 박성한이나 이주형(키움) 등 좌타자들과 많이 이야기한다. 나도 묻고 싶은게 많다”고 말했다.
대표팀이 프리미어12에서 선전하려면 13일 열리는 대만과의 첫 경기가 중요하다. 홍창기는 경기의 시작을 열 1번 타자로 나석에 설 예정이다. 그는 “항상 개막전에서도 1번 타자로서 초구를 맞이할 때 긴장하곤 한다”라며 “최대한 긴장 안하고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 대만 투수들이 볼이 진짜 좋다는 말을 들어서 영상도 많이 보고 연구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