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프리미어12 대표팀 감독은 KBO리그 삼성, LG의 감독을 할 때에도 언제나 ‘강한 2번 타자’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현재는 ‘강한 2번 타자’에 대한 생각이 KBO리그에도 널리 퍼져 있지만 류중일 감독이 삼성을 지휘하던 2010년대 초반에는 생소한 개념이었다. 보통 발이 빠르고, 작전 수행 능력이 좋은 선수가 배치됐다. 당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강한 2번 타자’에 대한 바람이 불어오던 시기였다.
류 감독은 기존 2번 타자에 대한 개념을 바꿔놓았다. 삼성에서는 박석민을 2번 타순에 올렸다. LG 지휘봉을 잡았을 때에도 김현수를 2번 타순에 놓는 방안을 고민하기도 했다.
11월 중순부터 대만에서 시작하는 프리미어12에서도 류 감독은 2번 타순에 어떤 선수를 놓을지 고민 중이다.
이미 두 차례 실전 경기를 치렀다. 지난 1일에 열린 쿠바와의 연습경기 1차전에서는 NC 김휘집이 2번 유격수로 이름을 올렸다. 2차전에서는 키움 송성문이 지명타자로 2번 타자로 출격했다.
두 명 모두 ‘강한 2번 타자’에 걸맞는 선수들이다. 김휘집은 올해 140경기 16홈런 타율 0.258을 기록했다. 올시즌 데뷔 처음으로 두자릿수 홈런을 쏘아올린 김휘집은 장타력까지 갖추고 있다.
송성문은 올해 커리어하이를 달성했다. 타율 0.340 19홈런 104타점 등을 올렸다. 타율, 홈런, 타점 등 모든 부문에서 데뷔 후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류중일 감독은 프리미어12에서 최선의 공격력을 내기 위한 방안을 고민 중이다. 지난 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대표팀 훈련에서 류 감독은 타순에 대한 생각을 드러내며 “2번 타순도 고민”이라며 “내가 강한 2번 타자를 좋아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에 강백호(KT)가 있었으면 강백호를 그 자리에 썼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강백호는 훈련소에 입소해 기초군사훈련을 받아야하기에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일단 유력 후보는 송성문이다. 류 감독은 “송성문은 2번도 생각하고, 그 뒷 타순이나 4번 타순도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올해 팀의 중심 타선을 맡았던 송성문은 정규시즌 동안 2번 타순에서 19타석만을 소화했다. 18타수 4안타 1홈런 타율 0.222를 기록했다.
정규시즌에서 성적이 썩 좋은 건 아니었지만 대표팀 타순이라면 다르다. 송성문 외에도 잘 치는 타자들이 즐비해 있기 때문이다. 올해 타율 0.347 38홈런 40도루 등을 기록한 KIA 김도영이 중심 타선에 있고 잠실 구장을 홈으로 쓰면서도 20홈런을 달성한 포수 박동원도 있다.
일단 1번 타순과 3번 타순은 거의 결정된 상태다. LG 홍창기가 톱타자를 맡고 3번에는 김도영이 배치된다. 두 선수는 쿠바와의 2경기에서 똑같은 타순에 배치됐다. 류 감독은 “1번과 3번은 그냥 가야할 것 같다”라고 했다.
대표팀은 6일 상무와의 연습경기에서 실전 점검을 한다. 대만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 실전 경기다. 류 감독이 그리는 강한 2번 타자의 적임자도 이날 결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