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중 자꾸 딴생각, 할 일 자주 잊어요···우리 아이 혹시?”

2024-10-25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을 둔 신모씨(40)는 학교 담임교사와 면담한 후 아이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가 아닌가 걱정이 됐다. ADHD 아동에 관한 흔한 통념처럼 충동성이 과해 교실을 휘젓고 다니는 등의 행동을 하진 않지만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멍하니 딴생각을 할 때가 잦다는 얘길 들었기 때문이다. 신씨는 면담에서 들은 내용 말고도 아이와 함께 지내면서 평소에 주의력이 산만하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받으려고 병원을 찾았다. 그는 “의사와 면담하며 그간 가족들과 교사들이 경험한 얘기를 전하고 검사도 받았는데, ‘조용한 ADHD’에 가까운 성향이 보인다고는 들었다”면서 “다만 ADHD로 진단을 내리고 약물치료를 시작할 수준으로 보기엔 애매한 스펙트럼 위에 있어 당분간 더 관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ADHD는 지속적인 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 높은 충동성 같은 특징을 보이는 신경발달장애의 일종이다. 이런 모습이 어린이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장난기와 잘 구분되지 않는 면도 있어 간과해버리기 쉽다. 다만 한편으로 ADHD는 어떤 계기로 발병하는 정신질환이 아니라 본래 가지고 있던 발달장애가 어느 순간부터 병적인 모습으로 드러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가까운 보호자라면 이 미묘한 차이를 알아차릴 가능성도 높다. 최근 ADHD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병원에서 ADHD로 진단을 받든 아니든 ‘혹시 우리 아이도?’라는 의문을 품고 진료실을 찾는 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아동기에 많이 나타나는 장애로 알려진 ADHD의 소아 평균 유병률은 약 5%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남녀 비율은 일반 인구에서는 2대 1, ADHD 진단을 받은 경우로 한정하면 4대 1 정도로 남아의 유병률이 더 높다. 이 수치는 여아가 실제 ADHD에 해당하더라도 진단을 받는 비율은 비교적 낮다는 점을 의미하는데, 전문가들은 흔히 말하는 ‘조용한 ADHD’가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본다. 김민애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남녀 간의 유전적 차이도 원인으로 작용하겠지만, 증상 발현이나 사회적 인식 등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부분도 있다”며 “여아는 과잉행동이나 충동성 증상이 적고 주의력 문제가 두드러지는 조용한 ADHD인 경우가 많아 남아에 비해 부모나 교사가 증상을 잘 알아차리지 못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소아 유병률 평균 5%…남아 높아

여아, 과잉행동·충동성은 낮지만

주의력 문제 많은 ‘조용한 ADHD’

부모·교사가 증상 쉽게 인지 못해

소통·칭찬 통해 긍정 행동 독려를

ADHD의 원인은 한두 가지로 꼽을 수 없다. 다양한 유전적·환경적·신경생물학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핵심적인 증상으로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충동성 등 크게 3가지를 들 수 있으며, 주로 나타나는 증상에 따라 부주의 우세형, 과잉행동·충동 우세형, 복합형으로 구분한다. 이런 증상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나타나지만 문제가 있다고 감지되는 시기는 주로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단체생활을 시작할 때가 많다.

주의력 결핍 증상은 집중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거나, 무시해야 하는 자극에도 쉽게 산만해지는 증상이다. 좋아하는 활동에는 오랫동안 집중하기도 하지만 재미없는 활동을 할 때는 주의집중이 유지되지 않는다. 멍하게 있거나 해야 할 일을 자주 잊어버리고 끝맺음을 못한다. 이 증상은 학교 수업이나 과제처럼 아이에게 요구하는 학습량이 늘어날수록 더 두드러지며 청소년기 이후에도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과잉행동은 과도하고 불필요한 움직임으로 팔다리를 흔들거나, 가만히 있지 않고 돌아다니며, 의미가 없는 소리를 내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 어릴 때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만 빠르면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대부분은 늦어도 청소년기가 되면 나아진다. 충동성이 심한 경우엔 결과를 고려하지 않고 계획 없이 결정을 하거나, 말이 끝나기 전에 대답을 하고, 차례를 기다리지 못하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 그밖에 감정조절이나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모습도 흔히 나타나며 수면 문제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김민애 교수는 “ADHD 증상으로 인해 주변으로부터 소위 문제아 취급을 받기도 하지만 ADHD는 노력하지 않거나 악의적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ADHD 증상으로 지적을 당하거나 소외되는 일이 반복되면 아동이 부정적인 자아상을 형성하고 이로 인해 우울감과 불안감을 느끼기도 하므로, 적절한 치료로 나이에 맞게 학습·발달하면서 긍정적인 관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ADHD 여부를 진단할 때는 당사자와의 면담을 기초로 양육을 담당하는 보호자나 교사로부터의 정보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 면담을 하면서 ADHD의 핵심증상을 비롯해 관련된 기능적·적응적 어려움을 살피는 한편 다른 질환 때문에 ADHD처럼 보이는 것은 아닌지도 감별한다. 또 ADHD가 적대적 반항장애, 불안장애, 기분장애 등을 동반하는 경우도 많으므로 다른 질환이나 장애가 함께 발생했는지도 확인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치료 방법으로는 약물치료와 행동치료가 꼽힌다. 특히 약물치료는 높은 효과를 보인다. 중추신경을 자극하는 약제인 ‘메틸페니데이트’는 도파민의 작용을 강화해 집중력과 각성을 높여 ADHD의 핵심증상에 효과를 나타내는데, 제형에 따라 4~12시간 정도 효과가 지속된다. 비중추신경자극제인 ‘아토목세틴’은 체내 교감신경에 신경전달물질로 작용하는 노르에피네프린에 영향을 준다. 1~2주 이상 꾸준히 복용해야 약물의 효과가 나타나며 24시간 효과가 지속된다. 불안장애가 동반된 경우 불안을 감소시키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행동치료는 증상이 가볍거나 약물치료를 하기엔 나이가 어릴 때 또는 약물치료의 효과가 충분하지 않을 때 주로 시행한다. 행동치료에선 정리하기, 계획 세우기, 할 일 목록 관리하기 등을 가르쳐 증상이 완화될 수 있도록 돕는다. 보호자에게도 ADHD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행동치료의 원리를 교육해 치료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을 시행하면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이종하 고려대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ADHD 증상을 바로잡기 위해 과도하게 혼을 내는 등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사례가 종종 있는데, 양육자로서 아이와 꾸준히 상호 소통하고 칭찬을 통해 긍정적인 행동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아이가 ADHD 진단을 받으면 상심하는 경우가 많지만 ADHD 아동들도 훌륭하게 성장한 사례가 무수히 많으며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경우 대부분 문제없이 성장하므로 전혀 낙담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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