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 수출의 주력인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이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정산 문제를 두고 갈등에 휩싸였다. 시운전 과정에서 발생한 추가 비용을 두고 양측의 입장이 첨예해 국제분쟁 준비까지 돌입한 것이다. ‘팀 코리아’의 내분이 장기화할 경우 유럽 등 K원전 수출에 악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발전 업계에 따르면 한전과 한수원은 바라카 원전 최종 정산과 관련, 런던국재중재법원(LCIA)의 재판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은 앞서 바라카 원전 운영 비용과 관련해 한전 측에 95개 사항의 클레임을 제기했다. 시운전 이후 당초 계약에 비해 추가로 발생한 비용이 많아 보전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발전 업계는 추가 비용이 10억 달러(약 1조 4313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전 측은 막대한 금액에 난색을 표했고 양측은 결국 법정 다툼을 대비하게 됐다. 한수원은 이미 LCIA 중재 신청까지 염두에 두고 외부 법률 대리인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 역시 UAE 원전 건설처 명의로 관련 법률 자문 용역을 공고한 뒤 1293만 달러(약 185억 원)가량을 들여 법률 대리인을 선임했다. 발전 업계 관계자는 “한수원으로서는 추가 정산으로 보전받지 못하면 경영상 어려움이 상당히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한전 역시 총부채가 200조 원을 넘기고 있어 추가 부담을 떠안기는 어려워 법원의 결정을 받게 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언급했다.
대형 플랜트 사업의 경우 이 같은 추가 비용 정산이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바라카 원전 사업처럼 사업비가 조 단위로 늘었을 경우 해결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 문제다. 발전 업계에서는 한전과 한수원의 분쟁이 감정싸움으로 번질 경우 자칫 K원전 수출 경쟁력을 깎아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 발전 업계 관계자는 “한전·한수원이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 분쟁 종식으로 수출의 걸림돌이 사라졌는데 다시 악재가 불거졌다”며 “‘팀 코리아’가 분열할 경우 러시아와 중국 등 경쟁국에 핵심 시장을 뺏길 수 있다”고 걱정했다.
정부와 한전은 2월 내 합의안을 마련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지속적인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양측의 이견이 존재하지만 두 공기업이 서로 협의해 잘 처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