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자] 현실을 잃어가는 사람들, 우리는 깨어날 수 있을까

2025-03-07

디지털 매체와 다양한 미디어의 확장으로 사람들은 점점 더 대중적이거나 전통적인 관심사에서 벗어나 독특하고 때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주제나 트렌드에 몰입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얼마 전 대구 청라언덕역을 방문했을 때, 가파르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우연히 많은 사람이 보고 있는 핸드폰 화면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저런 것도 봐?’ ‘이것도 보네?’ ‘왜 저걸 보지?’라는 의문이 끊임없이 떠올랐습니다. 시선을 돌릴 때마다 그런 의구심은 더욱 커졌습니다.

최근에는 극단적인 유튜버들이나 그들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충격적인 행동과 발언을 일삼는 모습을 보면서, 마치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대체 이게 뭐지?’라는 질문이 절로 나오곤 합니다. 특히 청문회에서 정치인들이 거짓을 태연하게 주장하고, 마치 자신이 군주라도 된 듯한 태도로 비아냥거리는 모습을 보면, 그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잘못된 영웅 심리에 빠져 있다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이러한 모습은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에 사는 사람들을 보는 것만 같습니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일부 교회와 같은 집단이 특정 사고방식을 강요하고, 이에 지나치게 동조하면서 비판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다른 의견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을 보면 마치 세뇌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유튜브와 같은 디지털 플랫폼이 교회 못지않은 강력한 전파력을 지닌다는 점도 체감됩니다. 디지털 문명의 위험성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으며, 그동안 이를 간과하며 살아온 사이에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죄책감마저 듭니다. 알고리즘의 함정에 빠진 사람들은 점점 더 좁은 정보의 우물 속에 갇히게 되고, 그들의 말과 행동이 특정 콘텐츠에 의해 지배되면서 진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불가능해지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가끔은 ‘저렇게 유식했던 사람도,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왜 몇 년 사이에 이렇게 변했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서 나 자신도 과연 괜찮은 상태인지 자주 점검하게 됩니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편리함을 얻는 대신, 극단적인 사고와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을 더욱 자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듭니다.

과거 연예인들이 갑작스러운 인기 속에서 자신을 특별한 존재라고 여기며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다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사례가 종종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연예계에서는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고, 직업윤리를 지키며 오랜 기간 활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이 자리 잡았습니다. 유튜브 채널이 등장하면서 정치인들이 이를 이용하기 시작했고, 그들이 과거 한순간에 몰락한 연예인들처럼 같은 현상을 겪고 있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자신을 사회의 ‘구세주’라고 착각하며 현실과 동떨어진 행동을 보이는 것이죠. 이러한 모습은 디지털 중독의 한 형태로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의 발언을 보면 항상 “유튜브 채널에서 봤다”거나 “어느 방송에서 들었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이는 그들이 소셜 미디어와 유튜브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방송인 말투라는 게 있습니다. 극단적인 행동과 발언을 통해 인기를 얻은 유튜버들은 점점 자신을 특정 캐릭터로 인식하게 되고, 서서히 일상과는 동떨어진 세계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결국, 그들은 극단적인 언행을 지속해야만 하는 로봇처럼 행동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제는 어린아이들의 미디어 시청을 제한하는 것보다 전 국민의 미디어 소비를 조절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밈(meme)’의 확산으로 종종 중요한 문제나 가치와는 무관한 이야기들이 큰 관심을 받습니다. 사람들은 ‘인기 있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도 정작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담론이 필요한 순간에는 가벼운 주제나 말초적인 관심사로 논의를 흐리곤 합니다. 특히 정치인들이 이러한 행태를 보일 때면, 그들이 ‘밈’을 소비하며 핸드폰에 몰입하는 모습이 떠오르고, 결국 현실 정치의 무게감이 가벼워지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이제는 전 국민이 다시 본질을 찾고, 생각 중심의 일상을 회복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어린아이들의 문제로 여겼던 미디어 중독이, 이제는 수많은 어른들에게도 깊숙이 침투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인간다운 가치를 지키며 살아가기 위해, 본질을 찾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디지털 디톡스, 슬로우 미디어운동, 미디어 리터러시, 현상학과 존재론적 성찰, 공동체적 삶으로의 회귀, 심리적 자기회복 운동 등 비판적 사고를 기르고, 미디어 사용을 자제하며, 인간적인 관계와 철학적 성찰을 강화하는 시간을 통해 우리 사회도 점점 회복해 가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박현정 울산청소년기자단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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