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즉생 삼성(下)] "어려울수록 미래 준비해야"…재계, 반도체 R&D 주 52시간 예외 '일성'

2025-03-24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임원들에게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고 질책하며 사즉생(死卽生·죽기로 마음먹으면 산다는 뜻)의 각오를 다지라고 주문했다. 재계 안팎에선 이 회장의 이례적인 고강도 메시지를 두고 그만큼 삼성을 둘러싼 복합 위기 상황이 한층 심각해진 것으로 내다본다. 청년일보는 삼성의 위기에 대한 진단과 이를 타개하기 위한 각계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풀어봤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과대망상증 환자 조롱에도"…이병철 삼성 창업주, 반도체 '일편단심'

(中) "HBM 뼈아픈 실기에"…삼성 반도체, 30년 메모리 최강 입지 '위태'

(下) "어려울수록 미래 준비해야"…재계, 반도체 R&D 주 52시간 예외 '일성'

【 청년일보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17일 진행한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 '정신 재무장' 주문 외에 기술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당시 이 회장은 "전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이 훼손됐다"면서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 셋째도 기술"이라고 역설했다.

재계 안팎에선 오늘날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날로 심화되면서 이 회장의 절박함이 드러난 메시지로 해석한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기술 경쟁이 나날이 격화되고 있는 만큼, 연구개발(R&D) 역량 집중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특별법' 국회 통과가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반도체 특별법은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기업의 생산성 제고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직접 보조금 지급 및 R&D 종사자에 대한 '주 52시간 적용 예외'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보조금 지원의 경우 여야가 합의를 이뤘지만 '주 52시간 적용 예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을 놓고 좀체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K-반도체의 첨단 기술 개발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반도체 R&D 종사자에 대한 주 52시간 적용 예외가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도체 R&D 특성상 신제품 개발을 위해 6개월~1년간 집중 근무가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미국, 대만 등 경쟁국들은 반도체 R&D 인력의 무제한 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회사가 대내외 위기에 직면해 힘든 처지에 있는데 이럴수록 미래를 내다보고 기술 개발 등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면서 "절대적 기술 우위 확보를 위해선 꾸준한 R&D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오늘날 첨단 기술 무한 경쟁의 시대에 접어들었고 첨단 업종에 한해 예외 규정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반도체 특별법의 입법 골든타임을 놓칠 경우 AI·반도체 경쟁에서 도태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최승노 자유기업원장도 "반도체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려면 반도체 주 52시간 예외가 필요한데 이를 미룬다는 건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격"이라고 말했다.

다만, 해당 법안을 두고 노동계에선 반대의 뜻을 피력한다. 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등 장시간, 불규칙 노동을 조장한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전국삼성전자노조는 지난 1월 26일부터 2월 2일까지 R&D 직군 조합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904명 중 814명(90%)이 주 52시간 적용 제외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응답자 대다수는 일·생활 균형 저하(769명), 업무 스트레스 증가(697명), 노동시간 증가(642명) 등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노동자들의 근로 환경 개선 및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은 공감한다"면서도 "글로벌 기업들간 치열해진 기술 경쟁 속에서 뒤처질 경우 국가 경쟁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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