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국민은 참담하다

2025-08-12

법원 “증거 인멸 우려 있다”며 김건희 구속영장 발부

모조품 샀다던 명품 목걸이, 서희건설 “구입해 전달”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기소돼 수감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이어 부인 김건희 여사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전직 대통령 부부가 함께 구속된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유를 떠나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민중기 특검팀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어제(1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가 열렸다. 범죄 혐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 청탁 의혹과 관련된 것이다. 정재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실질심사를 마친 뒤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여사 측은 소환 조사에 성실히 응했고 도주할 이유가 없으며 건강이 좋지 않다는 점을 내세웠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과거 정권에서도 영부인을 둘러싼 이런저런 잡음이 있기는 했지만 김 여사처럼 전방위적인 의혹이 제기된 적은 없다. 공천 개입 의혹을 비롯해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 명품 가방 및 목걸이·시계를 받았다는 의혹까지 다양하다. 김 여사 측은 2022년 6월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 상당의 명품 목걸이는 15년 전 산 모조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특검이 압수수색에 나서자 서희건설 측이 이를 구입해 김 여사 측에 전달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한다. 이렇게 금방 드러날 거짓 해명을 했으니 구속은 자업자득이다. 대선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 부부를 가까이에서 지켜봤다는 명태균씨는 윤 전 대통령을 ‘장님 무사’, 김 여사를 ‘앉은뱅이 주술사’에 비유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무사를 조종하는 것은 주술사라는 얘기다. 명씨의 말을 전부 믿기는 어렵지만, 김 여사가 윤 전 대통령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는 것은 합리적 의심이다. 김 여사 본인이 말한 대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보통 한 범죄에 부부가 연루된 경우 두 사람을 한꺼번에 구속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선을 넘었다. 김 여사는 “내조에만 전념하겠다”던 대선 전 약속을 어기고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책임을 져야 한다. 구속영장이 청구되며 적용된 혐의도 의혹의 일부다. 다른 의혹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마침 어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역할을 했다고 알려진 김예성씨가 베트남에서 자진 귀국해 특검의 조사를 받았다. 김씨가 설립에 참여하고 지분을 가진 렌터카 업체 IMS모빌리티가 2023년 카카오모빌리티와 신한은행으로부터 184억원을 부당하게 투자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이 투자 과정에 김 여사나 일가가 개입했는지도 규명돼야 할 사안이다. 김 여사는 국민에게 사죄하는 심정으로 이후 수사와 재판에도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