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 어벤저스
2024년 가을은 ‘정년이’의 계절이었다. 17일 종영한 tvN 드라마 ‘정년이’의 마지막 회 최고 시청률은 20%에 가까웠다. 각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검색 플랫폼에서 1위를 기록했다. 21세기에 전남 목포 소녀의 구수한 소리에 이렇게 빠져들 줄이야.
극의 성공을 좌우한 건 자연스러운 판소리 그리고 사투리였다. 판소리는 배우들이 지난 3년간 소리꾼에게 배웠다는 게 알려졌지만 옛날 목포 사투리는 어떻게 연마했는지 베일에 싸여있었다. 영화나 드라마에 사투리가 나올 경우 ‘미디어 사투리(과장되거나 어색한 사투리)’라는 비판이 나올 법도 한데 정년이의 사투리는 ‘우리 할머니가 쓰던 사투리’라는 칭찬 일색이다.
〈사투리 어벤저스〉이번 화에선 정년이 전라도 사투리를 다루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 미디어에서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사람은 조폭이거나, 건달인 경우가 많았다. 정년이의 흥행이 반갑고 의미 있는 이유다. 사투리를 써도 제대로 썼다. 누가 가르쳤을까.
취재진은 배우 김태리를 비롯해 어머니·아버지역 문소리·이덕화 등 극중 ‘목포 패밀리’에게 호소력 짙은 사투리를 입힌 스승을 어렵게 수소문했다. 그를 만나보니 직업도 나이도 성격도 반전이었다. 어디에도 공개되지 않은 정년이 사투리 비하인드를 소개한다.
정년이의 스승은 사투리 학습을 위해 모든 대사를 녹음해 정년이의 귀부터 먼저 트이게 했다. 연습용 녹음본만 200개가 넘을 정도의 완벽주의자였다. 완벽한 목포 소녀 정년이로 변신하기 전 오리지널 정년이 목소리도 입수했다.
배우의 평소 말투, 배역의 성격 등을 모두 고려해 미세 조정할 만큼 1년간 사투리 감독 역할을 했지만 그는 더 완벽주의자인 배우 김태리를 만났다고 회상했다.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스승과 정년이의 사투리 광기 배틀 비하인드 이야기도 있다. 어찌나 스승이 단단히 가르쳐놨는지 밑에서 배운 제자 배우들은 회식 자리에서도 전라도 사투리를 ‘즌혀 고치지 모다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