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지지율로 고심하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한숨을 돌리게 됐다. 상품권 스캔들로 지지율이 내림세를 보였지만 최근 이시바 총리 끌어내리기 목소리가 잠잠해지고 있어서다.

요미우리신문은 30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권에 의한 관세 조치로 ‘이시바 끌어내리기’ 분위기가 잠잠해졌다고 전했다. 철강과 알루미늄은 물론 자동차에 대한 트럼프 관세로 ‘국란(國亂)’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자민당 내에서의 이시바 총리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는 평가다.
실제로 일본 정치권에서는 이시바 총리가 직접 관세 대응을 위한 종합대책본부장으로 나선 상황에서 수장 교체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이시바 총리가 자신의 측근인 아카자와 료세이(赤沢亮正) 경제재생담당상을 앞세워 미국과 관세 협상에 나섰기 때문이다. 1960년생으로 이시바 총리보다 3살 아래인 그는 이시바 총리와 같은 돗토리(鳥取) 현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 미국과의 2차 협상을 위해 이날 오전 미국으로 출발한 그는 “하루하루 우리나라 기업이 손해를 보고 있다. 한걸음이라도, 두 걸음이라도 전진하고 싶다”며 의욕을 보였다. 관세 제외를 위한 사실상의 본협상에서 그는 ‘패키지’ 형태로 협상 카드를 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미국산 쌀, 옥수수 등 농산품 수입확대와 함께 조선 분야의 협력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을 전하기도 했다. 1차 협상 때와는 달리 5월 1일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미·일 관세 교섭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관세 협상을 눈앞에 둔 이시바 총리는 이날 필리핀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이날 밤 하네다공항으로 귀국한다.

이시바 총리가 연휴 기간을 활용해 동남아 순방과 관세 대응에 집중하는 사이 잠룡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자민당 총재 선거가 당장 치러지지 않더라도 ‘다음’을 위한 포석인 셈이다. 지난해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2차 표결까지 가며 막판 대결을 펼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경제안전보장담당상이 대표적이다. 지난 27일 대만을 방문한 그는 이튿날 대만의 라이칭더(賴淸德) 총통을 만나 회담을 가졌다. 일본과 대만 간의 경제협정, 중국을 제외한 공급망 강화 등이 회담에서 거론됐다. 요미우리는 다카이치의 행보에 대해 “지지기반인 보수층과의 관계 강화를 노렸다”고 평가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마찬가지로 대만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모습을 ‘연출’하면서 지지층에 어필했다는 의미다.
40대 기수론을 앞세워 총재 선거에 도전했던 고바야시 다카유키(小林鷹之) 전 경제안전보장담당상과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전 환경상은 미국 행을 택했다. 보수성향의 고바야시는 일본 정계의 실세로도 불렸던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전 자민당 간사장과 동행해 ‘인맥 넓히기’에 나섰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자민당 정조회장과 미국 방문길을 동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도쿄에 머무르며 관세 협상 지원사격에 나섰다. 요미우리는 “모든 사령탑은 하야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