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KB국민은행이 작년 3분기에 이어 올해도 신한은행 성적을 넘어섰다.
두 은행은 올 1분기 불거진 대규모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충당금 이슈로 진검승부를 펼치지 못하면서 하반기 실적에 관심이 모인 터였다. 홍콩 ELS 외생변수가 소강된 가운데 일단 3분기 승기는 국민은행이 잡으면서 4분기 이후 '리딩뱅크' 경쟁에 이목이 쏠린다. 특히 기업금융을 두고 대형은행들이 강도 높게 격돌하는 가운데 이달 기준금리 인하 여부에 따라 가계대출이 새로운 성장 경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올해 3분기(7~9월) 당기순이익 1조493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9185억원)보다 14.2%(1308억원) 늘어난 것으로, 첫 3분기 '1조원대 순익'이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은 1조1120억원으로 신한은행보다 627억원 더 거뒀다. 1년 전(9969억원) 보다 11.5%(1151억원) 증가한 것으로, 역시 3분기 최대 실적이다. 엎치락뒤치락했던 두 은행의 3분기 순익은 이번 성적으로 국민은행이 승기를 잡은 모습이다.
신한은행은 국민은행보다 큰 폭으로 비용 절감에 나서고도 국민은행 순익을 따라잡지 못했다. 신한은행의 3분기 판관비는 9316억원으로 전년 동기(9445억원)보다 1.4%(129억원) 줄어들었다. 반면 국민은행은 1조690억원에서 1조828억원으로 1.3%(138억원) 늘어났다. 충당금 적립 차이도 컸다. 신한은행은 올해 3분기 충당금 1639억원을 적립했다. 반면 국민은행은 2408억원으로 신한은행보다 769억원 더 많이 쌓았다.
국민은행이 신한은행을 추월한 데는 3분기 기타순영업이익이 지난해 2082억원 마이너스에서 올해 1246억원 플러스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다만 신한은행이 리딩뱅크로 올라서기 위해선 본질적으로 국민은행과의 체급 차이를 극복해야만 한다.
올 3분기 신한은행은 총영업이익 2조4960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2조2487억원)과 견줘 11%(2473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은 12.8%(3316억원) 늘어난 2조9138억원을 기록했다. 총영업이익 규모 외에 성장률 역시 국민은행이 신한은행을 압도한다는 얘기다. 이번 성적으로 두 은행간 총영업이익 격차는 지난해 3분기 3335억원에서 올해 4178억원으로 1년 만에 843억원 더 벌어졌다.
특히 신한은행은 핵심 이익기반인 이자부문에서 국민은행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올 3분기 신한은행의 이자이익은 2조2247억원으로, 국민은행(2조5158억원)에 2911억원 뒤처졌다. 두 은행간 이자이익 격차의 주원인은 대출자산이다. 국민은행 원화대출금은 올 9월 말 361조815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대출 176조1501억원, 기업대출 185조6649억원 등이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 원화대출금은 319조9023억원이다. 가계대출 140조7908억원, 기업대출 179조1116억원 등이다. 신한은행은 원화대출 기준 국민은행에 42조원가량 밀려나 있다.
국민은행과의 대출자산 격차를 줄이기 위해 신한은행 내부에서는 이미 기업금융을 통한 외형성장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의 기업대출자산은 9월 말 기준 연초 대비 11.5% 성장, 전년도(5.5%) 성장률의 두 배를 웃돌았다. 이 기간 국민은행이 1년 전과 비슷한 수준인 6% 성장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런 가운데 금리인하 시그널이 강해지고 부동산 규제가 약화되는 만큼 두 은행간 우량한 가계대출 선점 경쟁도 '수익성 확보' 관전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천상영 신한금융그룹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달 25일 열린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은행의 향후 대출자산 성장에 대해 "가계대출이나 기업대출은 리스크요인이 낮은데, 가계대출 성장이 낮게 간다고 하면 기업대출의 성장 여력이 적지는 않을 것"이라며 "철저하게 수익성을 보고 자원배분을 해 나가는 방향으로 내년도 경영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