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 플랫폼이 기상 상황에 따라 단가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알고리즘이 배달 노동자를 사고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게 할 뿐 아니라 산재 책임도 개인에게 전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4일 한국산업보건학회지 9월호에 게재된 김승섭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의 논문 ‘자동화된 플랫폼 작업환경은 어떻게 배달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가’를 보면, 배달 노동자들은 교통사고 위험이 더 커지는 궂은 날을 오히려 일하기 좋은 ‘성수기’라고 인식했다. 연구진은 최소 3개월 이상 플랫폼 배달노동을 경험한 노동자를 17명을 대상으로 2023년 7~12월 개별 인터뷰를 진행해 분석했다.
기상 악화 시 자동으로 더 높게 배달료가 책정되는 ‘기상 할증 인센티브’는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였다. 비가 많이 오고 더운 7~8월, 눈이 많이 오고 추운 12~1월달은 이른바 배달 ‘성수기’다. 연구참여자들은 장마철, 겨울철에는 적어도 30%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전했다. 플랫폼사는 기상·교통 정보와 노동자의 활동 지역 정보를 결합해 할증 금액을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배달 플랫폼은 기상 악화 시에 배달 노동자들에게 배달 운행을 자제하라는 문자를 보내지만, 배달노동자들은 그러한 문자를 안전에 대한 경고보다는 돈을 더 벌 수 있는 작업환경에 대한 알림으로 받아들였다. 일부 연구참여자는 잠시 쉬고 있다가도 날씨가 좋지 않아 배달료가 오른 것을 확인하면 무조건 일하러 나갔다.
높아지는 사고위험은 모두 개인에게 전가됐다. 연구진은 “플랫폼 배달노동자들은 배달을 하게 되며 겪을 수 있는 업무상 위험을 스스로 예방하기 위해 비용을 부담하는 한편, 업무상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공적 지원은 거의 받지 못한 채 스스로 그 위험을 책임지고 있었다”고 짚었다. 배달노동자들은 자신의 돈을 들여 오토바이 제동이 잘 되게끔 덜 미끄러운 타이어로 바꾸거나, 안전화나 보호구 같은 장비를 구매했다.
반면 배달노동자들은 막상 사고가 났을 때 산재보험을 신청하는 등 시스템을 통해 해결하는 방식은 꺼렸다. 한 참여자는 “병원비는 어느 정도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휴업급여는 최소한으로 받을 수 있기에 하루 수익을 보장받기 어렵다”고 했다. 또 다른 참여자는 “일을 하면서 산재 보상 신청을 진행하는 절차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어떤 참여자는 산재 신청과 같은 과정을 겪을 바에야 차라리 “오토바이 고치는 것도 알아서 고치고, 몸 아픈 것도 알아서 병원에 가야”하는 방법을 택한다고 했다. 사고로 생긴 비용을 수습하고자 기상 할증이 붙은 날에 일을 하러 나가는 악순환을 택하는 참여자도 있었다.

배달단가 조정은 개인의 배달 성과와 운행 동선, 서비스 제공방식 등의 데이터에 따라서 자동화된 알고리즘에 따라 이뤄진다. 배달 노동자들은 어떤 기준으로 배달 단가가 정해지는지 알 수 없다. 수시로 조정되는 배달 단가 때문에 배달 노동자들은 일터에서 늘 촉각을 곤두세운 채로 일해야만 했다. 연구참여자들은 “더 짜내지는 것 같은 느낌” “일을 나가기 시작할 때부터 집에 들어올 때까지 긴장을 놓을 수가 없다”는 말로 중압감을 표현했다. 참여자들은 배달을 빨리 하기 위해 신호 무시와 위반을 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배달 노동자들은 일하고 싶은 날을 자유롭게 택할 수 있는 것을 플랫폼 노동의 장점이라고 하면서도, 일에 더 종속되는 모습을 설명했다. 한 참여자는 “이 일 자체가 어플로 하는 일이다 보니까 계속 들여다보게 되고 쉬는 날에도 계속 보고 있다”며 “좀 돈을 못 벌었다 싶은 때에는 쉬는 날에도 계속 보고 억지로 나간다”고 말했다. 배달 노동자들은 배달 콜을 받기 위해 오토바이 위에서 무한정 대기하지만, 이 시간은 휴게시간이나 근무시간으로 계산되지 않는다.
연구진은 “플랫폼 배달노동에서 산업보건 위해요인에 대한 책임을 노동자 개인이 자신의 것으로 인지하게 만드는 현상은 산업안전보건이 발전해온 역사적 방향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 산업안전보건법 및 노동법의 보호체계가 플랫폼 노동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며 노동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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