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패스, 네패스라웨 구조조정 후 매각 '가닥'… 대규모 손실 불가피

2024-07-04

PE 투자자에 의사 전달...공장 가동도 사실상 중단

네패스가 자회사 네패스라웨의 대규모 손실이 지속되자 '구조조정 후 매각'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매각 성사여부와 관계없이 모회사 네패스와 관계사 네패스아크는 물론 네패스라웨에 자금을 댄 사모펀드(PE)의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네패스는 최근 네패스라웨에 자금을 댄 복수 PE에 구조조정 후 매각 의사를 전달했다. 네패스라웨에 최소 연구개발(R&D) 인력만 남겨두고 인력 조정 작업을 거친 뒤 매각을 추진하겠다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네패스라웨는 최근 PLP 공장 가동을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인력 감원 등 구조조정도 하고 있다.

네패스라웨에 자금을 댄 한 PE 관계자는 "네패스 측의 매각 방침을 전달받은 후 자금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펀드 내 감액손실 처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패스라웨가 더 버틸 수 있는 것이냐"는 투자자 우려와 불만이 터져나오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올해 들어 PLP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반도체 후공정 산업계에선 "네패스라웨가 폐업을 준비 중"이라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이병구 네패스 회장은 이와 관련, 본지와의 통화에서 "시중에 떠도는 '폐업' 얘기는 완전 사실무근"이라면서 "사업을 지속 영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투자자들과 향후 방향성에 대한 협의는 했다"고 밝혔다. 구체 협의 내용에 묻자 "그런 것까지 알릴 이유는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네패스라웨는 반도체 패널레벨패키지(PLP)가 주력인 기업이다. 2020년 2월 네패스에서 물적분할해 설립됐다. 그러나 고난도 PLP 공정의 벽을 극복하지 못했다.

실적은 좋지 않았다. 회사 설립 첫 해인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네패스라웨와 그 종속회사 누적 영업적자는 2484억원에 달했다. 업계에선 낮은 수율, 이로 인한 고객사 물량 확보 실패 등을 이유로 꼽았다. 기대를 모았던 퀄컴 칩 PLP 양산 공급은 낮은 수율로 무산됐다. 네패스의 웨이퍼레벨패키지(WLP) 일감 처리로 일부 매출을 올리고 있긴 하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매각 성사여부를 떠나 네패스라웨의 사업 실패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 네패스와 네패스아크 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네패스는 네패스라웨에 총 616억원을의 자금을 대여해줬다. 아울러 최근 네패스라웨가 산업은행으로부터 빌린 604억원과 NH농협에서 빌린 150억원의 채무를 인수했다. 네패스라웨가 돈을 갚지 못하니 보증을 선 모회사 네패스가 빚을 고스란히 떠안은 형국이다.

관계사 네패스아크가 네패스라웨에 빌려준 돈도 360억원이나 된다. 네패스아크는 자본잠식에 빠진 네패스라웨로부터 돈을 돌려받기 어렵다고 판단해 이 중 203억원은 이미 손상 처리했다. 크게 성장해도 큰 이득이 없는 관계사 사업을 위해 네패스아크가 360억원의 기회비용을 날리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관계자는 "203억원 손상 처리 이후에도 올해 초 60억원을 추가로 대여해줘 빌려준 돈 총액이 360억원"이라면서 "아크 주주들이 들고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네패스라웨가 발행한 전환사채(CB)와 전환우선주(CPS)를 인수한 PE들의 대응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최악의 경우 모회사 네패스가 부담을 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PE들이 네패스라웨에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했을 시, 상환할 능력이 없으면 네패스가 원리금을 대신 지급하는 채무보증을 섰기 때문이다. CB와 CPS로 네패스라웨가 PE로부터 끌어모은 자금은 1700억원이나 된다. 다만 "네패스의 고의 또는 중과실에 의한 계약 위반이 발생한 경우"라는 단서 조항이 있어 네패스가 부담을 질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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