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회장서 선교사로
어바인 온누리교회 파송
도미니카 김현철 선교사
아웅산 테러 사건으로 죽을 뻔
아이티 난민 구호 사업 중심에
'시니어 선교 훈련' 자리 잡기도
지난 12월 초 어바인에 있는 온누리교회에는 반가운 손님이 한 사람 찾아왔다. 2004년 교회 창립 직후 파송한 1호 선교사인 김현철 선교사 부부다. 이미 파송 10년에 선교 보고회를 가진 바 있지만 그래도 반가운 가족이다. 김현철 선교사는 "하영조 목사님을 만났는데 갑자기 파송한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면서 "믿고 파송해준 하 목사님과 온누리교회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열심히 사역했다"고 말했다.
#김현철은 누구
김현철 선교사는 45세까지 선교사가 아닌 기업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1980년대 초창기 한국 프로야구에서 주목을 끌었던 '삼미슈퍼스타즈'를 창단한 바로 그 구단주라고 하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또 여의도 소재 대한생명의 63빌딩이 세워지기까지 한국 최고층 건물인 삼일빌딩을 세운 삼미그룹의 2대 회장이었고 1989년에는 무려 미화 2억달러 짜리 수표를 끊어서 당시 유수의 특수강 캐나다 기업인 애틀라스 특수강을 매입했던 세계 경영의 선두 주자였다.
#선교사 스티브 김
기업가 김현철에서 선교사 스티브 김으로 변신한 그는 2004년 도미니카 공화국을 선교지로 삼아 월드 그레이스 미션을 세우고 지난 20년간 선교 사역을 해왔다. 도미니카 공화국을 중남미 대륙의 기독교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서 청소년들을 먹이고 가르쳤다. 신학교를 세우고 청소년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그가 세운 선교 센터는 한국인들의 중남미 선교를 위한 전초 기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또 도미니카와 인접한 아이티의 대지진이라는 재앙으로 인해 수 백 만명이 식량 부족으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한국인들의 구호 차량을 인도하기도 했다. 현재는 도미니카에 피난 온 아이티인들에게 먹을 것과 영적 양식을 공급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3번의 죽을 고비
첫 번째 죽을 고비는 1983년 있었던 아웅산 폭탄 테러의 현장에 있었기 때문이다. 전두환 대통령의 순방을 수행한 기업인들 중 한 사람으로 버마(현 미얀마) 양군을 방문했는데 한 끝 차이로 목숨을 건졌다. 두 번째 고비는 대기업 회장에서 은퇴하고 미국에 온 김현철씨는 직장암이라는 암초를 만나면서다.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 부위가 며칠 만에 터지면서 죽음의 문턱까지 가는 바람에 긴급 재수술을 해야 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다다른 그는 "이제 진짜 끝이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수술실에 들어갔다. 조금만 늦었어도 '김현철 선교사'는 없었다. 세 번째 죽을 고비는 무정부 상태로 악명 높은 아이티에 구호 물품을 전달하기 위해서 산길을 가던 중 무장 강도를 만났다. 그날 그는 무장 강도의 총구를 두려워 하지 않았는데 자칫 총상을 입을 수도 있었다. 함께 있었던 선교사들은 거의 초죽음이 됐지만 담대하게 은혜롭게 위기를 넘겼다.
#20년간 계속된 사역
파송되고 20년이 지났다. 그동안 김현철 선교사가 비전을 보기 시작한 것은 현지 도미니카 사람들의 교회를 세워 주는 것이다. 1000개를 목표로 현재는 74개를 건축하고 있다. 일부는 완공됐고 일부는 공사 중이다. 물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1000명이 들어가는 그런 큰 규모의 교회가 아니고 100명에서 150명 정도가 안전하게 예배를 할 수 있는 예배당이다. 허허벌판에 교회를 짓는 것이 아니고 기존 교회의 건물을 현대식으로 개축하는 것이다. 땅도 있고 신자도 있는 목사를 도와 판자집 같은 교회를 주위에서 가장 훌륭한 건물로 만든다. 제대로된 교회 건물이 빈민촌에 들어서면, 곧바로 커뮤니티 센터 역할을 한다. 예배를 안전하게 갖는 것은 물론, 무료 치과 사역도 진행되고 우물파기 사역도 이뤄지고 있다. 의료 선교팀, 안경 선교팀이 방문해도 선교 활동을 할 곳이 바로 옆에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새로 세워준 74개 교회와 네트워크를 엮어 그들의 목회를 물심 양면으로 돕고 있다. 또한 각 교회마다 12명의 어린이를 선발해 다음 세대 사역 일꾼으로 키우기 위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CCM(Children Care Mission)으로 불리는 사역은 매달 25달러를 후원할 수 있다.
#시니어에 의한 시니어 선교
은퇴한 선교사와 김현철 선교사가 시작한 프로그램 중 하나가 바로 마이크로 파이낸싱(Micro Finanacing)이다. 담보가 없는 가난한 아이티 난민들에게 무이자로 소액을 대출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가난한 가정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한 실질적인 구호 방법으로 현재 300가정이 넘게 혜택을 보고 있다. 프로그램 운영자는 젊은 시절 사업가였던 시니어로 자신의 경험과 능력을 자원 봉사로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월드 그레이스 미션은 펜데믹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니어 선교훈련학교(SMTS)를 시작했다. 신앙 생활의 목표를 찾고자 하는 시니어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추운 1월에 따뜻한 도미니카에서 한인 시니어가 선교와 전도의 한층 높은 비전을 갖게 된다.
#아쉬움은 있지만 보람된 노년
김현철 선교사는 최근 '삼미슈퍼스타가 미션슈퍼스타로'라는 제목과 '대기업 회장에서 하나님의 선교사가 되기까지'라는 부제를 단 선교 보고서를 겸한 자서전을 출간했다. 이 책을 꿰뚫는 한 가지 믿음은 바로 '모든 것은 하나님이 하신 것'이다. 김 선교사는 "대기업의 2대 회장으로 규모가 큰 비즈니스를 했던 것은 지나고 보니 하나님의 더 큰 비즈니스를 위한 훈련 과정이었다"면서 "지난 80년대 한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주춧돌이 된 특수강 기업도 삼미그룹이 해야만 했던 운명이었고 지금 아이티나 도미니카 공화국의 선교, 한인 시니어 선교도 모두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했다.
장병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