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사기범죄가 ‘새로운 단계(new level)’로 접어들었다.
‘세계 경찰’로 불리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의 니콜라스 코트 금융·반부패범죄국 국장의 경고다. 코트 국장은 1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최근 논란이 된 캄보디아 등지의 범죄단지(웬치·园区)를 언급하며 “국경을 넘은 사기범죄가 효율화·신속화·대형화하며 급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사기 범죄 전문가인 그는 “기술 발전으로 범죄 추적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국제 공조를 강화해야 더 많은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트 국장은 인터폴과 아세아나폴, 유엔 마약·범죄사무소 등 3개 국제기구와 미국·중국·일본·캄보디아 등 16개 국가가 공조하는 초국가 사기·인신매매 대응 작전 ‘브레이킹 체인스(Breaking Chains·사슬 끊기)’ 관련 첫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1~12일 양일간 서울을 방문했다. 이번 회의에서 각 기관은 조직범죄 사건 24개와 관련한 단서 등 총 75건의 자료를 공유하고 피의자 검거와 송환에 대한 공조 방안을 협의했다. 아래는 코트 국장과의 일문일답.
조직적 사기범죄가 빠르게 진화하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기술 발전에 따라 사기범죄 트렌드가 급변하고 있다. 3가지 면에서 그렇다. 첫째는 범죄가 ‘효율화’한다는 점이다. 인공지능(AI)과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이용해 범죄자가 더 쉽게 피해자를 속일 수 있는 환경이다. 둘째는 범죄의 ‘신속화’다. 범죄 자금은 디지털 금융과 암호화폐 기술로 더 빠르게 세탁되고, 추적도 어렵다. 셋째로 범죄의 스케일(규모)이 ‘대형화’하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된 ‘스캠(사기) 센터’는 그 안에서 범죄와 생활이 모두 이뤄지고 있는데, 10~20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형태다.
한국에선 캄보디아에 있는 범죄단지 ‘웬치’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인터폴은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나?
범죄단지는 사기범죄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다. 납치 피해자가 사기 범죄자가 되고, 범죄자가 다시 강제 노역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 특히 인신매매와 사기, 사이버 범죄가 서로 연결(link)되는 지점이 되기 때문에 더 문제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특히 심각해 보이지만, 세계 다른 지역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이번 공조 작전을 통해 범죄단지 소탕에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나?
국제 공조에 근본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각국의 문화적·법적·지정학적 차이가 보기보다 크기 때문이다. 예컨대 어느 나라에선 범죄인 것이 다른 나라에선 아닌 사례도 있고, 국가 간에 첩보를 공유하더라도 신뢰가 부족해 공조가 안 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번 작전 회의를 계기로 각국의 담당자가 같은 주제 아래 모였다는 것 자체로 상호 신뢰 수준이 한 단계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계속 작전을 진행하다 보면 곧 많은 사건을 해결하고 피해자를 구제하는 등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인터폴은 가용한 모든 채널과 인프라를 제공하겠다.

범죄단지에서 주로 이뤄지는 금융사기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나?
최근엔 범죄수익이 5~7일만 지나면 여러 나라 계좌나 암호화폐를 거친다. 추적이 더 어려워졌고, 피해자에게 돌려주기도 어렵다. 인터폴은 범죄수익 세탁 시도를 빠르게 포착해서 ‘골든타임’ 안에 각국에 통보하거나 동결할 수 있는 ‘아이그립(I-GRIP)’ 프로토콜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그립 프로토콜은 앞서 인터폴이 한국과 사기범죄 대응을 위해 협력한 ‘해치 작전(operation HAECHI)’을 통해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한국이 지원한 해치 작전이 아니었다면 현재 모델도 시작할 수 없었다는 뜻이다. 한국은 국제 금융범죄에 선도적 지위를 갖고 있다고 본다.
이번 작전에서 한국에 기대하는 역할은?
한국은 권역 내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는 국가다. 초국경 사기범죄 대응을 위한 판을 깔아줬기 때문이다. 각국이 그동안 공유할 수 없었던 민감한 보안 정보를 적극적으로 나누는 장이 마련됐고, 향후 모범적인 공조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에서 사기 범죄 피해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데.
안타깝지만 피해자를 탓하는 인식은 꼭 사라졌으면 좋겠다. 다른 범죄와 달리 사기는 피해자를 탓하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최근의 사기는 AI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하기 때문에 누구라도 감쪽같이 속을 수 있다. 경찰 당국이 범죄자를 추적하는 동시에 사회적으로는 피해자를 탓하는 인식을 없애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니콜라스 코트(Nicholas Court)

▶2024년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금융·반부패범죄국 국장
▶2006~2020년 영국 런던경찰청 근무
▶2002~2006년 영국 에섹스경찰청·국가범죄수사대 범죄정보분석관
▶영국 포츠머스대 범죄학 석사, 켄트대 유럽경제학 학사, 프랑스 피에르 멘데스 프랑스 대학 경제학 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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