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캄보디아 대규모 범죄단지(사기작업장)의 배후로 지목된 프린스그룹 소유주 천즈 회장이 약 600억 달러(약 87조9000억원)에 달하는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영국 더타임스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천즈는 캄보디아 정부뿐 아니라 중국 정보당국과 긴밀히 연결돼 있으며 중남미 마약왕에 맞먹는 규모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과 영국은 지난달 공조 수사를 통해 프린스그룹과 계열사, 천즈의 불법 행위를 포착하고, 이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미·영 정부는 천즈의 주요 수입원이 캄보디아 전역에 퍼진 온라인 사기센터 네트워크라고 밝혔다. 최소 10곳 이상의 센터에서 인신매매된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전화와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강제로 사기 행위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미 재무부는 최근 작전 과정에서 130억 달러(약 19조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한 미국 당국자는 “중남미 마약 카르텔의 자금 세탁 기술을 많이 봤지만, 이런 규모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천즈의 전 측근이자 내부고발자로 알려진 싱가포르인 클리프 테오는 “천즈에게 자산 규모를 물었을 때 그는 자신의 순자산이 600억 달러라고 답했다”고 증언했다.

더타임스는 천즈와 중국 정보당국의 관계가 2015년경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 전직 중국 정보요원은 천즈가 프놈펜에 있는 자신의 클럽에서 중국 공안부 관리들을 초청해 극진히 대접하며 협력을 요청했다고 언급했다. 프린스그룹 소속 해커들이 공안부의 반체제 인사 추적에 동원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미국 검찰의 공소장에는 천즈가 캄보디아 정치인과 중국 공안부·국가안전부 관리들에게 거액의 현금과 수백만 달러짜리 시계 등을 뇌물로 제공했다는 기록도 포함됐다.
그러나 천즈와 중국 당국의 관계는 오래가지 못했다. 2020년 중국 경찰은 프린스그룹 관련 의혹을 조사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렸으며, 이후 대만 내 그룹 계열 은행들은 거래 서류 검증을 강화했다.
이에 천즈는 미국과 영국으로 눈을 돌렸지만, 미국 비자 발급이 거절되자 영국의 ‘투자 비자’ 제도를 통해 가족과 함께 런던으로 이주했다. 천즈는 잉글랜드은행 인근 사무실 건물을 9400만 파운드(약 1812억원)에 매입했고, 1200만 파운드(약 231억원)를 들여 런던 저택을 구입·개조했다. 그의 친척 또한 런던 고급 아파트 17채를 2600만 파운드(약 501억원)에 사들였는데, 그중 7채는 주영 미국대사관이 내려다보이는 위치에 있다.
이들 자산은 현재 영국 정부의 제재 조치로 모두 동결된 상태다.
프린스그룹 측은 성명을 통해 “그룹과 천 회장이 불법 활동에 연루됐다는 주장을 단호히 거부한다”며 “최근 제기된 혐의는 근거 없고 불법적인 자산 압류를 정당화하려는 시도”라고 반박했다. 또 “검증되지 않은 이런 주장을 되풀이하는 언론 보도로 죄 없는 직원과 파트너, 지역사회가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