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춘천역 역무원이 우연히 습득한 태블릿PC 한 대가 유럽발 대규모 마약 밀반입 조직 검거로 이어졌다.
경찰은 태블릿 속 대화 내용을 단서로 1년간 추적을 벌인 끝에 총 48명을 검거하며 강원경찰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마약사범 단속 실적을 기록했다.
◇ 태블릿 한 대에서 드러난 ‘유럽 마약 루트’
12일 경찰에 따르면 2023년 9월 7일 춘천역에서 근무 중이던 한 역무원이 분실된 태블릿PC를 습득했다. 주인을 찾기 위해 열어본 카카오톡과 텔레그램에는 사채·불법도박·마약 유통 관련 대화가 다수 남아 있었다. 역무원은 즉시 경찰에 신고했고, 이 ‘우연한 발견’이 국제 마약조직 수사의 시작점이 됐다.
강원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태블릿 소유자 A씨(28)와 공범 B씨(28)를 체포했다. 두 사람은 온라인 아르바이트를 통해 알게 된 사이로, 지난해 8월 한 인물에게서 “유럽에 다녀오면 수고비 4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마약 운반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와 B씨는 같은 해 9월 7일 영국 런던으로 출국했으며, 11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려다 체포됐다. 당시 압수된 케타민 6㎏(시가 약 3억9000만원)는 강원경찰이 지금까지 압수한 마약 중 최대 규모였다.
◇ 강남 클럽까지 번진 유통망…1년간 추적 끝에 48명 검거
조사 결과, 이들이 이미 국내로 들여온 케타민 3㎏는 서울 강남 일대 클럽과 유흥업소 등으로 흘러 들어간 상태였다. 이후 경찰은 관련 유통 경로를 추적해 1년간 수사를 이어갔다. 그 결과, 유통책 22명·투약자 26명 등 총 48명을 검거했으며, 이 중 18명은 구속됐다.
이 조직은 ‘밀반입책, 국내 총책, 운반책, 판매책’으로 역할을 나눈 점조직 형태였다. 마약은 서울·경기 지역 원룸이나 야산 등에 ‘던지기’ 방식으로 숨겨졌고, 판매책은 위치 '좌표'를 전달하는 수법으로 거래했다.
◇ ‘인분'으로 속여…유럽발 밀반입 수법

조직원들은 기존의 동남아 루트 대신 영국·프랑스 등 유럽 현지에서 직접 마약을 수령해 국내로 들여오는 방식을 택했다. 특히 네덜란드 국적의 남녀 2명은 세관 단속을 피하려고 2.4㎏ 상당의 케타민과 엑스터시를 인분 형태로 포장해 항문에 숨긴 채 입국했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케타민 8.8㎏, 필로폰 100㎏, 엑스터시 500정, 합성대마 330㎖ 등 시가 약 45억원 상당의 마약류를 압수했다.
이 중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신종 마약으로 지정한 ‘펜사이클리딘 유사체(일명 케타민 원석)’도 포함돼 있었다.
◇ “유럽 루트 확산…국제 공조 강화할 것”
강원경찰청 관계자는 “해외 밀반입 루트가 기존 동남아에서 유럽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마약 유통 거점이 되지 않도록 공항·세관과의 공조 체계를 강화하고, 국제 수사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A씨와 B씨는 “잃어버린 태블릿에서 수집한 증거는 위법하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1·2심 모두 적법한 증거 수집이라고 판단해 각각 징역 10년과 6년형을 선고했다. 네덜란드 국적 유통책 2명은 현재 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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