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는 언제나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을 통해 다음 시대로 나아갔다. 미지의 대양을 향해 돛을 올렸고, 하늘이라는 금단의 영역을 날았으며, 마침내 달에 첫 발자국을 새겼다. 이제 인류는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열 다음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바로 지구라는 요람을 넘어, 우리의 지평을 태양계로 확장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인류의 잠재적 혁신을 이끌고 우리 자신을 우주적으로 더욱 깊이 이해하게 할 위대한 여정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수많은 천체 중 왜 하필 ‘화성’이 인류의 다음 목적지로 지목되었을까? 이는 다른 후보들을 신중하게 소거해 나갔을 때, 화성이 가진 독보적인 잠재력 때문이다. ‘지구의 쌍둥이’라 불렸던 금성은 짙은 이산화탄소 대기가 불러온 폭주 온실 효과로 지표면이 납을 녹이는 섭씨 460도에 달하는 그야말로 ‘불지옥’이다. 가장 가까운 달 역시 귀중한 우주 전초기지이지만, 대기가 거의 없어 치명적인 우주 방사선에 그대로 노출되고 하루가 지구 시간으로 한 달에 가까워 장기적인 정착에는 극히 불리하다.
그에 비해 화성은 비록 영하 60도를 오르내리는 혹독한 환경이지만, 다른 어떤 행성도 가지지 못한 결정적인 장점들을 품고 있다. 첫째, 놀라울 정도로 지구와 닮은 하루를 가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를 지구의 날(Day)과 구분하기 위해 라틴어로 태양을 뜻하는 ‘솔(Sol)’이라고 부르는데, 이 화성의 하루(Sol)는 24시간 39분으로 인간의 생체리듬에 이상적이다. 둘째, 생명의 원천인 물이 극지방과 땅속에 막대한 양의 얼음 형태로 존재함이 확인되었다. 이 물은 식수를 넘어, 호흡할 산소와 로켓 연료가 될 수소를 얻을 수 있는 핵심 전략 자원이다. 셋째, 옅게나마 존재하는 대기는 오히려 기회이다. 이산화탄소가 95%인 이 대기는, 바로 ‘화성 현지 자원 활용 산소 생성 실험(Mars Oxygen In-Situ Resource Utilization Experiment)’, 즉 MOXIE(목시) 장비에 의해 새로운 산소원으로 그 가능성을 증명해냈다. 현재 화성을 탐사 중인 로버 ‘퍼서비어런스’에 탑재된 이 ‘기계 나무’는, 화성의 공기를 빨아들여 섭씨 800도의 고온과 전기화학 반응으로 순도 높은 산소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는 지구에서 모든 것을 가져가지 않아도, 현지 자원으로 생존 물자를 생산할 수 있다는 개념을 인류 역사상 최초로 입증한 기념비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위대한 비전은 가장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문제, 즉 그곳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다. 이 거대한 난제를 우리에게 가장 생생하게 보여준 것이 바로 영화 <마션>이다. 붉은 행성에 홀로 고립된 우주비행사가 기지 안에서 감자를 키워 생존하던 그 절박한 모습은, 화성 개척의 성패가 결국 ‘현지 농업’에 달려있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결국 화성 정착이라는 원대한 꿈은 가장 근본적인 한 단어, ‘흙’으로 귀결된다. 수십억 년간 태양풍에 시달린 화성의 붉은 토양이 과연 생명의 씨앗을 품을 수 있는 ‘기회의 땅’이 될지, 아니면 식물이 뿌리내릴 수 없는 ‘죽음의 먼지’에 불과한지에 대한 질문이다.
이제 이 미지의 흙에 담긴 비밀을 풀기 위해 과학자들이 걸어온 끈질긴 추적의 여정을 함께 따라가 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 장은 모든 가능성의 시작, 바로 ‘화성 토양 분석’이다. 지구의 과학자들이 단 한 줌의 흙도 가져온 적 없는 붉은 행성의 토양을 과연 어떤 놀라운 방법으로 분석해냈는지 살펴보자.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행성의 흙을 분석하는 일은, 마치 범죄 현장에 남겨진 희미한 흔적으로 범인을 추적하는 탐정의 수사와 같다. 지구의 과학자들은 직접 가볼 수 없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서로 다른 관점에서 교차 검증하는 세 가지 핵심적인 ‘과학 수사 기법’을 동원했다.
첫 번째 수사 기법은 하늘에서 시작된다. 바로 화성 궤도를 도는 탐사선, 즉 ‘궤도선(Orbiter)’에 탑재된 ‘분광계(Spectrometer)’를 활용하는 것이다. 분광계의 원리는 모든 물질이 고유의 방식으로 빛을 반사하고 흡수한다는 점에 착안한다. 이 장비는 화성 토양이 반사하는 햇빛을 수백 개의 색으로 정밀하게 분해하여, 특정 물질에 흡수되어 사라진 빛의 영역을 찾아낸다. 이 흡수선은 마치 상품의 바코드처럼 그 물질만의 고유한 ‘빛의 지문’ 역할을 한다. 과학자들은 이 빛의 지문을 지구의 광물 데이터와 비교하여, 그곳에 어떤 광물이 있는지 원거리에서 식별해낸다. 이 방법으로 화성 전역의 광물 분포를 파악해, 로버가 탐사할 ‘가장 흥미로운 장소’를 선정하는 결정적인 지도를 확보했다.

하늘에서 지도를 그렸다면, 이제 땅을 밟을 차례다. 두 번째 기법의 주인공은 ‘바퀴 달린 최첨단 과학 실험실’, 바로 로봇 탐사선 ‘로버(Rover)’이다. 로버는 단순히 움직이는 카메라가 아니다. 머리 부분에는 주변 지형을 360도 파악하는 고해상도 ‘눈(카메라)’이, 몸체에는 약 2미터 길이로 뻗어 흙을 파고 암석에 구멍을 뚫는 ‘팔과 손(로봇 팔)’이 달려 있다. 이 팔로 채취한 흙 한 줌을 몸체 내부의 정밀 분석 장비로 옮겨 그 성분을 직접 확인한다. 원격 탐사가 ‘어디에’ 갈지 알려준다면, 로버는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직접 분석하여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마지막 세 번째 기법은 지구의 실험실에서 이루어지는, 아주 특별한 증거물 분석이다. 바로 ‘화성 운석’ 분석이다. 이는 수억 년 전, 거대한 소행성이 화성에 충돌했을 때의 엄청난 충격으로 우주 공간으로 튕겨 나간 화성의 암석 조각이다. 이 암석들은 수백만 년 동안 태양계를 떠돌다 우연히 지구의 중력에 이끌려 떨어진, 말 그대로 ‘우주에서 온 배달물’이다. 주로 남극 대륙의 빙하나 사하라 사막처럼 운석이 잘 보존되고 눈에 잘 띄는 곳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지구에 떨어진 수많은 운석 중 이것이 화성에서 왔다는 것을 어떻게 단정할 수 있을까? 결정적인 증거는 운석이 충격으로 녹았다 굳으며 형성된 미세한 유리질 안에 갇혀 있던 ‘공기 방울’에서 나왔다. 1970년대, NASA의 바이킹(Viking) 착륙선은 인류 최초로 화성의 대기 성분을 직접 측정하여 상세한 데이터를 확보했다. 수십 년 후, 과학자들이 화성 운석 속 가스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아르곤(Argon), 크립톤(Krypton), 제논(Xenon) 등 희귀 가스의 동위원소 비율이 바이킹이 측정한 화성의 대기 데이터와 소수점 단위까지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일치했다. 이는 범죄 현장의 지문처럼, 이 암석의 고향이 화성임을 증명하는 명백한 과학적 증거이다. 물론 이 운석들은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심부 암석이기에, 바람과 방사선에 풍화된 지표면의 ‘흙’과는 성분이 다르다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하지만 수십억 년 전 화성의 지질학적 역사를 품은 이 ‘타임캡슐’은 화성의 근본적인 구성을 이해하는 데 더없이 귀중한 자료를 제공한다.
이처럼 과학자들은 ‘하늘(궤도선)’, ‘땅(로버)’, 그리고 ‘지구(운석)’라는 3각 편대를 활용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며 화성 토양의 실체에 다가갔다. 그중에서도 가장 생생하고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 것은 단연 현장을 누빈 로버였다. 그렇다면 로버의 몸 안에 실린 작은 실험실은 대체 어떤 놀라운 기술로 흙의 비밀을 파헤쳤을까? 다음 호를 기대한다.
이영두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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