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은 굳혔다. 남은 건 뚝심이다. 이호준 NC 감독이 재차 ‘2번 김주원’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대만 2차 스프링캠프 일정을 모두 마치고 5일 인천공항으로 귀국한 이 감독은 “2번으로 들어갈 선수가 많지만 제가 주원이를 좀 고집하고 있다. 거의 확정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주원이가 해줘야 한다. 부담을 가지라고 하는 말이다. 주원이가 올해도 힘들게 가면 팀이 힘들어진다. 저도 힘들어진다. 왜냐하면 끝까지 고집을 가지고 갈 것이기 때문”이라고 웃었다. 개막전 선발 2번 타자를 사실상 김주원으로 확정 지었고, 만약 김주원이 2번 자리에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해도 밀어붙이겠다는 이야기다.
이 감독은 김주원이 2번에서 자리를 잡아줘야 득점 루트가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1번에 박민우, 2번에 김주원을 놓고 이 감독은 여러 시나리오를 그려봤다. 박민우가 먼저 출루하고, 김주원이 연타를 때려서 무사 1·3루를 만든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 김주원이 내야 땅볼을 때려도, 워낙 발이 빨라 병살을 피할 가능성이 크다. 1사 1루에서 김주원이 도루에 성공하면 다시 득점권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김주원보다 타격이 좋은 다른 2번 후보들은 가지기 어려운 이점이다.
김주원이 스위치 타자라는 점도 고려했다. 이 감독은 “왼손 타자를 주르륵 붙이면 왼손 투수가 나올 때 좀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하위 타선 강화도 생각했다. 이 감독은 “주원이가 2번을 쳐주면 우리 하위 타순이 굉장히 강해진다. 1번부터 6번이 빠르게 움직이면서 득점을 내고, 하위 타순은 타율이 좀 떨어지더라고 큰 걸 기대하는 쪽으로 가보려 한다”고 말했다.

사령탑의 2번 특명에 김주원도 단단히 각오를 다지는 중이다. 김주원은 이날 인천공항에서 “감독님께서 ‘신분 상승’을 시켜주셔서 너무 좋다. 딱 정해주셨으니, 제가 더 잘 준비해서 결과로 부응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까지 주로 하위 타순으로 나갔던 것과 비교하면 벌써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김주원은 “원래 그러면 안 되는 거지만, (8·9번에서는) 아무래도 잘 치는 타자들이 워낙 많으니까 좀 편하게 타석에 임했던 것 같다. 감독님이 ‘언제까지 그럴 수는 없다’고 하신 것이니, 상위 타순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잘 해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김주원은 1할대 부진이 길었지만, 숱한 시행착오 끝에 후반기 바짝 성적을 끌어올렸다. 이제는 간결하게 바꾼 타격 폼이 많이 익숙해졌다. 후반기 맹타에 구단 안팎의 기대도 다시 커졌다.
김주원은 “작년부터 그런 기대를 조금씩 느끼고 있다. 팬분들이 많이 기대하시는 것도 느낀다”면서 “작년에 부족했던 만큼 올해는 그 이상으로 해야한다”고 말했다.
최근 김주원은 미국 야구전문통계사이트 팬그래프가 선정한 메이저리그를 노려볼 만한 해외 유망주로 이름을 올리면서 화제가 됐다. KIA 김도영, 키움 안우진, KT 강백호 등 국내 최고 선수 3명과 함께 선정됐다. 김주원은 “너무 위에 있는 사람들하고 같이 묶였다. 그러잖아도 (박)민우 형, (박)건우 형이 ‘네가 왜 거기에 있느냐’고 많이 놀리더라”면서도 “미래 가능성을 보고 뽑아준 거니까 스스로를 더 믿고 자신감 가지고 계속 노력해야 하겠다”고 말했다.